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오전 전화 통화를 한 뒤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 격퇴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영국과 러시아가 IS 격퇴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설명하지 않았다.
영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을 평화롭게 이양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일치를 보였다. 양국 정상은 시리아 평화를 위한 1·2차 국제회담에서 합의한 일정표에 맞춰 시리아 정권 이양을 시행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다만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입장차는 좁히지 못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들은 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나야 시리아 내전이 끝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 러시아의 공습이 IS가 아닌 시리아 반군을 타깃으로 한다며 비난했다.
반면 러시아와 이란은 서방국 등 외부 세력이 시리아 정권에 영향을 줘선 안 되고 시리아 국민들이 자국 정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공습은 IS 격퇴에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전화 통화에서도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아사드 대통령의 집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시리아에는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와 동맹 관계에 있는 인물이다.
이와 함께 캐머런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시리아 내 영국의 군사활동 내용을 전했다. 영국 공군은 IS를 격퇴하기 위해 지난 3일 시리아 공습을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터키에 의해 격추된 러시아 전투기의 블랙박스 자료를 분석하는 데 영국 전문가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캐머런 총리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박스는 9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크렘린궁으로 가져왔고, 이를 분석할 해외 전문가들이 모두 모이기 전까지는 열지 않을 계획이다.
전투기 격추 사건으로 터키와 러시아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푸틴은 영국이 중재자로서 조사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영국은 터키의 주요 동맹국인 자국 상황을 고려해 이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