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가계부채 억제책은 조속히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후 가계부채가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속도로 늘어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해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인상이 곧바로 한국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한은은 미국 금리인상 그 자체 보단 향후 국제 금융시장, 신흥국 경기 등 모든 제반요인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상황 변화를 감안해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미국 금리인상 이후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면 한은은 시중 유동성을 여유 있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계획"이라며 "회사채 시장이 불안해져서 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정부와 협의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국내 경기에 대해서는 "임금이 꾸준히 상승했고 유가 하락 등으로 실질 구매력이 좀 높아진 점 감안하면 소비 절벽까지는 우려하지 않고 있다"며 "단 내년 성장률이 3%로 예상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 등을 감안했을 때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에 방향이 맞추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올해 안에 금통위 물가안정목표제 의결해야한다. 기획재정부와 어느 정도 협의됐나.
"물가안정목표제는 정부와 협의를 진행했고, 곧 마무리 단계에 있다. 최종안이 확정되는대로 그 내용을 발표하겠다. 다음 주에 물가안정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회사채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은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미국 금리인상은 급작스럽다기 보단 예상돼 왔고 인상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단 파장이 의외로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높아질 경우에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일차적으로 금융시장 불안해지면 시중 유동성을 여유있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달 하순 단기 금리가 급등했을 때 한은은 공개 시장조작으로 이를 안정시켰다. 회사채 시장이 불안해져서 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정부와 협의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낙관적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0월 경제 성장 전망 이후 유가 하락 등 대내외 적인 여건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생각보다 약하고 유가 하락세도 예상외로 큰 폭 진행되고 있는 점은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중 FTA가 타결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여러 여건들을 감안해서 내년 1월 중 2016년도 경제 전망을 내놓겠다."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금리 결정을 연 12회에서 8회 줄이는 의견이 담겼다.
"다른 나라 사례를 말씀드리면 미 연준은 오래전부터 8회였고, 일본은 내년부터는 8회로 축소한다. 이런 논의를 한 주된 이유는 통화정책은 중기적 전망 통해서 해야 하는데 월 단위로 발표할 경우 경제지표에 따라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다. 한은도 그런 국제적인 관행을 반영해서 횟수 줄이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년에는 현행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시기적으로 촉박하다. 소통문제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포함한 보완방안까지 검토하겠다."
-새누리당 당정에서 향후 1년내 미국이 1% 금리 인상하면 우리는 2.5%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미 연준의 금리인상은 오래전부터 예상돼 왔던 것이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그동안 한은도 금리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겠나. 결론부터 말하면 미연준의 금리인상이 곧바로 우리의 금리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미 금리인상 불안감이 우리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 돼 있고 인상 속도도 완만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대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한은은 미국 금리인상 그 자체 보단 향후 국제 금융시장, 신흥국 경기 등 모든 제반요인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상황 변화를 감안해 금리를 결정할 것이다."
-경기회복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지, 부채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한지 견해를 알려달라.
"현재로선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적으로 말할 수 없다. 모든 대책을 다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경제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불균형의 증대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도 방지해야한다. 양쪽 측면을 균형있게 고려해야할 것이다."
-내년도 수출 부진과 소비절벽 우려가 있다. 내수회복세 지속성이 있나.
"정부 시책이 금년 말로 끝나면 개인소비세 인하라든지 소비활성화조치가 끝나게 되는 내년부터 소비가 급감하지 않겠나. 그런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급속히 둔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 호조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기인하지만 소비심리가 개선됐고 또 소득여건도 개선됐다. 임금이 꾸준히 상승했고, 물가하락으로 실질구매력이 높아진 점 등으로 소비절벽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부동산시장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주택시장과 관련해서 최근에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그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수요 쪽을 보면 주택구입의 상당 부분은 거주 목적이다. 가구의 변화도 고려해야한다. 1~2인가구가 크게 늘어나는 수요구조의 변화도 함께 고려를 해야한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수출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위안화뿐만 아니라 경쟁국 환율이 약세면 우리나라 가격수출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중국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서 위안화 약세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의 약세가 장기화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중 FTA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위안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또 앞으로 수출과 관련해서는 가격 경쟁력보다는 기술수준의 격차와 같은 질적인 경쟁구조가 더 중요할 것이다."
-G2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중국이 내수위주로 산업구조를 개편 추진하고 있고 여러가지 금융자유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대중수출이 주로 중간재수출이어서 중국이 내수중심으로 바뀌면 그런 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중국이 산업구조개편을 원활하게 잘 하면 우리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 증시가 폭락했을 때처럼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중국 정부 대응 능력은 아직 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도한 우려는 하고 있지 않다."
-최근 국내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미국의 금리인상이 다음 주로 예상되고 있지만 그 기대는 오래전부터 반영됐다. 올해 6월에도 그랬고, 6월 중하순부터 9월까지 외국인 자금이 큰 폭으로 빠져나갔다. 10월에는 플러스로 돌아섰다가 11월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자금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 보면 헤지펀드 중심으로 단기투자 자금이탈이 나오고 있다. 또 최근 유출액은 일시적인 부분도 있다. 중국A주의 MSCI신흥국 지수 편입으로 MSCI지수 영향을 받는 외국인투자자가 자금을 빼간 측면이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하고 신흥국의 경제 금융시장 상황이 안 좋게 되면 선진국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현상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기초경제여건이 양호하고 외환건전성, 큰 폭의 경상수지 등으로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많이 올랐다.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현상이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일본중앙은행 등 주요국가 통화가 비동조화되면서 글로벌 현상으로 보고 있다. 환율 움직임은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금리를 인상할 것이냐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11월 수출 감소세가 완화됐는데 일시적인 것인가.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유가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경기둔화가 같이 작용하고 있다. 당장 반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출의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에 따른 하방 리스크가 커졌나.
"지난 10월 내년 경제 성장률을 대략적으로 제시한 이후 상당한 수준의 여건 변화가 있었다. 유가하락, 글로벌 경기 회복세 둔화 등. 반면 한·중 FTA 등 긍정적 측면도 같이 있기 때문에 내년 1월 관련 전망을 다시 발표하겠다."
-미국 금리인상 기대만으로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국내에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채널이다. 미국이 금리 올리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상돼 왔기 때문에 우리 금리에 선방영 돼 있고 앞으로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시장 금리에 미치는 상승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KDI는 부양보다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KDI의 경우 내년도 성장은 3.0% 전망을 했다. 정책여력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부양보다는 잠재를 키우는 쪽으로 맞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에 방향이 맞추는 것이 옳다고 본다."
-KDI는 가계빚을 우려하면서 DTI 상환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계부채 관련해서 DTI 강화하는 방안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관계부처에서 가계부채 종합관리대책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저마다 의견차이가 있었다. 합의를 이뤄내서 실시할 예정이다. DTI에 대한 한국은행 견해를 밝히는 것은 부처간의 이견으로 비춰줄 수 있기 때문에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 단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었고 작년에 LTV DTI 규제 완화 이후에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빠른 속도로 늘었기 때문에 가계부채 억제책은 조속히 실시될 필요가 있다."
-위안화 SDR 편입 평가와 원화 국제화 노력은 어떤가.
"SDR 편입은 위안화의 국제화가 상당히 진정됐음을 말한다. 앞으로 결제, 보유 측면에서 위안화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안화 강세, 중국으로의 자본유입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원화 국제화는 시장을 두고 준비는 하고 있다. 원화 국제화는 대외여건, 국내 경제여건 동시에 기대효과가 훨씬 클 때 추진하는 게 맞다. 국제화와 관련해서 진전이 있었다. 최근 중국과 상하이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합의했다. 해외에서 원화 거래를 처음 적용하는 사례이다. 원화국제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유가 전망과 소비자 물가에 대해 얘기하면.
"지금 30달러대까지 떨어졌는데 급락한 것은 OPEC의 감축 합의가 실패하고, 이란 석유수출 재개되면서 복합적으로 유가가 떨어졌다. 내년에는 유가가 50달러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전제하에서 내년 소비자 물가를 1.7%로 냈다. 당초 경기예상을 벗어나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분명히 내년도 물가에도 상당부분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미국 금리인상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가장 큰 리스크는 신흥국 중에서 취약한 신흥국 재정상황,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나라가 있다. 취약신흥국의 금융경제 불안이 확대돼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파급효과가 가장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