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3선 이상 중진들이 11일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전제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체 중진 38명 중 3분의 2 가량이 동의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 정국 당시 중진들이 대표를 흔들지 않기로 했던 약속을 어겼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주류 중진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중진들의 회의장에 갑자기 들어와 "퇴진하면 진정성을 이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선 이상 중진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 이석현 국회 부의장 집무실에 모여 3개 항에 합의했다.
합의안은 ▲문·안이 협력하는 가운데 비상대책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전당대회 문제는 비대위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한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혁신과 통합을 추진한다는 3개항으로, 문 대표의 퇴진이 전제조건이다.
이 자리에는 이석현·김성곤·김동철·강창일·문희상·유인태·설훈·주승용·양승조·원혜영·김춘진·오제세·최규성·조정식 의원 등이 참여했으며, 당직을 맡고 있는 중진은 배제됐다.
김성곤 의원은 "14명이 회의에 참여했고, 8명 가량이 전화로 동의를 했다"며 "3선 이상 중진의 3분의 2 가량이 3개항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논의 진행과정에서 문 대표가 공동대표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고, 최규성 의원은 "비대위 구성을 위해서는 최고위원들도 사퇴해야 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아니고"라고 말했다.
김성곤 의원은 "문재인 대표 재신임정국 당시 중진들이 대표를 흔들지 않기로 약속했었는데 파기된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 때 다시는 안 흔들겠다고 한 적이 없고, 중앙위 혁신안 통과로 사실상 재신임을 묻는 문제가 갈음됐으니 묻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중진들이 기자들에게 논의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던 중 오전 10시30분께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갑자기 회의실로 들어왔다. 최 본부장은 3선 중진이지만 당직을 맡고 있어 회의 참석대상이 아니었다.
최 본부장은 중진들이 합의한 3개항은 당헌당규에 위배된다고 반발하며, "정치적으로 중진들이 용퇴를 하거나 이런 정신이 있으면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진들이 그래도 당헌 범주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비대위가 꾸려지면 비대위 권한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2개월 이내에 전대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에 대해서 이미 천명했고, 여기에 대해서는 중진들도 무거운 책임이 있다"며 "혁신을 외면하거나 피해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봉합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회의장을 나온 후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 대표를 흔들지 않겠다는 재신임 정국 당시의 결의를 어긴 것으로 판단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본부장은 특히 "최고위는 뭐하러 뽑았느냐. 무슨 권한으로…. 무슨 정치적 자격으로…. 헌신을 하거나 하면 진정성은 이해가 간다. 전부 황금 지역구 아니냐. 중진들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 역시 기자들을 만나 "중진의원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책임있는 자세로 상황을 수습하는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표는 "지난 번 저의 재신임 제안 때 저는 중진들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며 "그 때 중진의원들은 그 의견들을 수용하면 앞으로는 당대표를 흔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돌아서자마자 흔들기가 계속돼서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