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지방선거 女당선자 최소 20명 당선…여성 투표율 80% 넘어

  • 등록 2015.12.14 11: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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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건국 이래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사우디아라비아 지방의회 선거에서 최소 20명의 여성 당선자가 나올 것으로 13일(현지시간) 잠정 집계됐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하는 전체 의원수의 약 1%를 차지한다.

하마드 사드 알오마르 사우디 일반선거관리위원회(GEC) 대변인은 AP통신에 "현재까지 10개가 넘는 선거구에서 20명의 여성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은 여전히 개표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성 당선자의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까지 당선이 확실시된 20명의 여성 후보들은 사우디 성지 인근의 소도시와 대도시까지 여러 지역에 걸쳐있다. 여성 당선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선출하는 전체 2016명의 약 1%를 차지한다.

이날 오사마 알바르 메카시(市) 시장은 AP통신에 이슬람 성지인 메카주(州)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마드라카 지역에서 살마 빈트 히자브 알오테이비가 여성 후보로는 처음 당선됐다고 전했다.

수도 리야드에서는 모두 4명의 여성 후보가 당선돼 현재까지 가장 많은 여성 당선자를 배출했다. 사우디 내 소수인 시아파가 밀집한 동부 지역에서는 2명의 여성 당선자가 나왔다. 사우디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 지다는 2명의 여성 당선자를 배출했다.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카심에서도 여성 후보 2명이 당선됐다.

또 다른 성지인 메디나에서는 1명, 북서부 도시 타부크에서 2명, 알자우프에서 1명, 하일에서 1명의 여성 후보자들이 당선됐다. 남부 국경 지역인 지잔과 아시르에서 각각 1명의 여성 당선자가 나왔고 알아흐사에서는 2명의 여성 후보가 당선됐다.

여성 당선자의 비율은 적지만 여성이 의원으로 당선됐다는 자체가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우디 여성들은 운전할 수 없고 결혼과 여행, 고등교육을 받는 데 있어 남성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알오마르 대변인에 따르면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보다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유권자들은 전체 13만여 명 중 10만6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해 약 82%의 투표율을 기록한 반면 남성 유권자들은 135만여 명 중 60만여 명이 투표해 약 44%의 투표율을 보였다.

여성에게 처음 참정권이 부여된 만큼 일부 사우디 여성 유권자들은 투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다의 한 대가족은 3대에 걸친 여성들이 함께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들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여성은 94세의 나엘라 모함마드 나시에프였다. 그녀의 딸 사하르 하산 나시에프는 이번 선거를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을 위한 더 큰 권리의 시작"이라고 평가하면서 "예전에는 오직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투표함에 투표를 한 건 스릴 넘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사우디의 여성 참정권 인정은 지난 1월 타계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압둘라 전 국왕은 '아랍의 봄' 이후인 2011년 9월 국왕 최고 정책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 연례 연설에서 "2015년부터 여성이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하거나 투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제군주제인 사우디는 국회의원 선거가 없어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하거나 투표하는 것이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주요 경로다.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의 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앞선 두 차례 의회 선거는 2005년과 2011년에 치러졌지만 오직 남자에게만 투표권이 부여됐다.

선관위는 여성 후보자들이 남성 옆에 서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니캅'으로 가린 여성 후보자들은 여성 유권자에게는 직접 연설할 수 있지만 남성들이 있으면 칸막이 뒤에서 연설해야 했다. 텔레비전 방송으로 유세할 때도 남성 대변인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대신 소셜 미디어를 통한 선거 운동은 허용됐다.

선관위는 엄격한 남녀 분리를 고수하는 사우디의 정책에 따라 1273개 도시 및 자치 구역에 여성 전용 투표소 424곳을 세웠다.

이번 선거를 통해 284개 지방의회 의원 3159명 중 2016명이 선출된다. 나머지 3분의 1에 해당하는 의석은 정부가 지명하는 인사로 채운다.

이기연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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