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이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올해 취임 이후 공무에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과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카터 장관이 지난 2월 임기를 시작한 뒤 수개월 동안 국방부 업무에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공무에 개인 이메일을 쓰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카터 장관은 힐러리 전 장관이 재임 시절 업무에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사실이 폭로된 이후로도 최소 두 달 이상 문제를 시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 5월 이같은 사실을 알고 국방부 측에 카터 장관의 개인 이메일 사용 이유를 문의했다고 귀띔했다.
맥도너 실장은 카터 장관이 국방장관으로서 모든 연방 법과 이메일 사용에 대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길 원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카터 장관의 대변인인 피터 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카터 장관이 올해 초 공무에 개인 이메일을 쓴 것은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하고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카터 장관이 개인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 주고받은 공무 관련 이메일이 몇 통인지는 불분명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재임 시절 4년 넘게 개인 계정으로 3만 건 이상의 이메일을 수·발신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카터 장관은 연설문, 회의, 언론 행사 등을 포함해 다양한 국방부 관련 업무에 대해 최측근 보좌관들과 개인 계정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쿡 대변인은 이에 대해 "카터 장관은 전화나 직접 대면을 통한 소통을 강하게 선호하며 많은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식 정부 업무에 이메일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해명했다.
그는 "카터 장관은 주로 비서실장을 포함해 극소수의 고위급 고문들을 제외하고는 국방부나 미국 정부 내부자 누구에게도 직접 이메일을 보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카터 장관의 국방부 이메일 정책 위반 여부에 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쿡 대변인의 해명과 달리 카터 장관의 전 보좌관은 카터 장관이 지나치게 자주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해 보좌진들이 해킹 가능성과 규정 위반을 우려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NYT가 입수한 카터 장관의 이메일 복사본에는 카터 장관과 보좌진이 입법, TV 출연, 호텔 숙박료 지불 방식 등을 포함해 다양한 사안에 관해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카터 장관은 취임 이후 정부 이메일 계정을 배당받았음에도 개인 이메일 계정을 계속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 2012년 직급과 직위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에 대해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정부 업무 처리를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미국 정부는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이 불거진 뒤 고위 정부 관계자들의 이메일 사용 실태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