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탄절을 같이 보낼 가족들이 있지만 유가족들은 그럴 수 없잖아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파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세월호 농성장에서 만난 40대 주부 자원봉사자 노미영씨(가명)는 굳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노씨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TV에서 아이들이 전원 구출됐다는 것을 보고 안심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잖아요. 침몰하는 배속에서 살려달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봤을 땐 숨이 턱 막혔죠."
안타깝게도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304명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정신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렇게 한 달 넘게 집에서 TV만 보면서 울고만 있었어요. 제 자식은 아니지만 그 슬픔은 저도 똑같았어요."
정신을 차린 노씨는 사고 직후 경기도 안산에 차려진 세월호합동분향소를 힘들게 찾았다. 그 곳에서 나란히 놓여진 300여명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 사진을 보고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았다. 주체 할 수 없는 눈물과 슬픔이 몰려왔고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
그리고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농성장을 찾아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노씨는 이곳에서 1년 7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예전에는 매일 나와 일을 거들었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씩 약 2시간 동안 부스에 나와 사람들에게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서명을 받고 있다.
"이 사고가 일어나기전엔 그냥 평범한 주부였어요. 하지만 세월호가 저를 투사로 만들어버렸네요."
노씨 역시 두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그는 자녀들을 볼 때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배 안의 아이들이 내 자식들이라고 생각하니 한순간도 편할 수 없었어요. 우리 아이들을 볼 때 마다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도 고민이에요. 가끔씩 꿈에 아이들이 나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악몽을 꿀때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요."
그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슬프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에 하루에도 수천명의 사람들이 다녀가지만 관심을 가지고 서명을 해주는 이는 많이 없다고 했다. 여기에 간혹 보수단체가 시비를 걸어올 때는 더욱 힘이 빠진다.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인데 왜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자원봉사자지만 유가족들은 오죽하겠어요. 그분들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어요."
노씨는 하루라도 빨리 이곳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모든 의혹이 풀리고 유가족들이 "이제는 됐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연말이라 모두들 들뜬 분위기지만 이곳은 다른 세계에요. 외롭고 힘들지만 버텨낼 수 있어요.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부디 잊지 말아주세요."

▲ **첨부용**광화문 세월호농성장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