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락으로 최악의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8일(현지시간) 국내 휘발유 가격을 최대 67%나 인상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한 방안으로 유류 가격 인상 계획과 일부 보조금 삭감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휘발유, 디젤,천연가스 가격이 대폭 인상되며, 전기료와 수도료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삭감해 요금이 인상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사우디의 이번 유류 인상과 보조금 삭감 등 경제개혁 조치의 성공 여부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체제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고등급 무연 휘발류 경우 현재 리터당 0.60리얄에서 0.90리얄(약 279.83원)로 50% 인상됐고, 저등급 휘발류는 리터당 0.45리얄에서 0.75리얄로 무려 67%나 인상됐다.

세계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 유류 가격은 지금까지 정부의 다양한 보조금 덕분에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처럼 싼 유류 가격과 정부 보조금에 익숙해져있는 국민들에게 이번 유류 인상과 보조금 삭감은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사재기를 우려해 28일 트위터를 통해 이날 밤 12시까지 전국의 주유소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주유소 거래 중지는 이날 정부의 유류 인상 발표 이후 즉시 발효됐다. 거래는 29일 오전 0시부터 새로 인상된 가격에 맞춰 재개될 예정이다.

사우디의 이번 유류 인상 조치는 국제유가 폭락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는 상황을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인 3670억 리얄(약 114조원)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우디에 앞서 이미 아랍에미리트(UAE)는 올해 초 유가 폭락세에 대응하기 위해 걸프 지역 산유국 중 최초로 국내 유류 가격의 자유화를 단행한 바있다. 쿠웨이트 역시 올해 초 디젤과 석유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중단했으며, 내년에는 전기료와 휘발유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추가로 삭감할 계획으로 있다. AFP통신은 이 밖에 다른 걸프지역 국가들도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28일 2016년 3270억 리얄(약 101조6708억원)의 예산적자를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지출 규모는 8400억 리얄(약 269조 16억 원)이고 수입은 5130억 리얄(약 164조2831억원)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지출과 수입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풀어왔다.

그래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이날 국영 방송사를 통해 방송된 각료회의에서 정부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개발과 투자를 계속 우선 순위로 둘 것이라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사우디 현지 언론 '아이 오브 리야드'는 칼리드 알파이잘 왕자 겸 메카주(州) 주지사를 인용, 내년 지출 예산의 대부분 자금은 교육, 건강 및 통신 부문의 기반시설 개발에 쓰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