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사우디, "내년에도 원유 물량공세 지속"

  • 등록 2015.12.30 1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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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저유가 기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물량공세를 지속함으로써 시장에 의한 재조정을 기다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전문은행인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를 마구 퍼 올려 싼 값에 파는 전략(pump and dump strategy)을 사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승리가 눈앞에 왔음을 알고 있다. 서방국의 경제제재에서 풀린 이란마저 석유를 쏟아내기 시작하면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 사장인 칼리드 알 팔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016년 시장의 조정 기능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는 궁극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석유 재고량이 소진되고 가격인상도 뒤따를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시장의 조정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석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셰일 오일 회사들을 도산시키기 위해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고 분석한다. 도그마 캐피탈의 자산관리전문가인 도닐로 오노리오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때 셰일 오일은 생산성이 없어 생산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개발로 셰일 오일의 생산이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들을 파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또한 OPEC 회원국들이 감산결정을 내려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알 사우드 왕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우리가 감산을 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이 그 갭을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의 셰일 오일 회사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비용을 낮추는 등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의 마이클 하이 박사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급격하게 떨어질 때는 (시장에 의한) 재조정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재조정은 미국의 석유감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 정보국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은 미국 원유생산 회사들이 감산을 하거나 도산을 하면서 2016년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50만 배럴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6개의 원유생산 회사들이 이미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내년에도 저유가의 지속을 버텨내지 못하는 회사들이 더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노리노 박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조금만 고통을 감내하면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아주 위험한 게임이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익원을 다양화 하지 않으면 5년래에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수입의 75%는 석유에서 온 것이었다.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견디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큰 폭의 예산 삭감을 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이기연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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