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들이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들어온 난민을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로 이주시킨 비율이 0.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EU관리들은 난민이 유입되는 최전선 국가인 그리스·이탈리아에서 다른 EU국가로 이주한 시리아‧에리트레아인이 총 272명이라고 발표했다.
EU가 4개월전 약속했던 재정착 난민수는 16만명이지만, 고작 272명만이 다른 국가에 재정착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배를 타고 도착한 난민 100만8616명 가운데 0.03% 밖에 되지 않는다.
EU는 지난 2015년 9월 회원국들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독일·프랑스 등은 난민 강제할당 방식에 대한 합의를 촉구했으나 헝가리·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이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아 결국 지난해 9월 EU 각료회의에서 난민 분산 수용안을 표결에 부쳐 다수결로 의결했다.
현재 그리스에 도착하는 일일 난민 수는 지난 해 1월 대비 11배나 더 많다. 올해 그리스와 터키 사이에 있는 에게해에서 첫 난민선 침몰사고가 발생해 최소 3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9월 EU 협정에 따라 유럽국가들은 그리스에 들어오는 상당수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주 발표된 수치에 따르면, EU 19개국은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유입된 난민들을 거의 받지 않았다.
또한 유럽국가들은 지난 9월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배치하기로 한 국경수비대 전체 정원을 밝히지 않았다. 목표했던 775명 중 447명이 배치됐다.
유럽국경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헝가리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고작 4명을 보냈을 뿐이다.
시민활동가들은 난민 위기에 대한 느린 대처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소재한 국제 앰네스티 이민자·난민 권리 프로그램 책임자 스티브 시몬즈는 “유럽국가들이 그리스에 정착하는 난민들에 우대조치를 부여하지 않으며 재정착할 때까지 기다리게 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협정을 지키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시작부터 모든 EU국가들이 협정을 준수하는 데 실패했다”며 “협정에 비준했지만, 책임감없이 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그리스와 이탈리아 외무 장관들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