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검은 백조' 될까… 北 수폭실험,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 등록 2016.01.07 11: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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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과연 ‘검은 백조(Black Swan)’가 될 수 있을까?

중국의 증시폭락과 함께 첫발을 내디딘 2016 세계경제가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예상치 못한 돌출 악재까지 만났다. 중국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간 갈등으로 인한 중동의 긴장 고조 등에 이어 세계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조차 낌새를 못챘다는 북한의 핵실험은 세계 투자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북한 리스크가 세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CNN은 “북한 문제는 경제문제라기보다 정치적 리스크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핵실험은 세계 투자자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소식이 전해진 6일 미국과 유럽의 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일대비 1.47% 하락한 1만6906.51을 기록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전일대비 1.31% 내린 1990.26, 나스닥 종합지수는 1.14% 하락한 4835.77에 마감됐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04% 내린 6,073.38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0.93% 내린 10,214.02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1.26% 하락한 4,480.47에 각각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1.22% 떨어진 3,139.12에 거래를 끝냈다.

그동안 북핵 문제는 세계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주요 리스트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세계적 정치경제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이 신년 초에 선정한 ‘세계 정치경제 리스크 톱10’에 북한 문제는 들어있지도 않다. 유라시아 그룹의 ‘리스크 톱10’엔 중국 경기 침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정불안, 이슬람 과격단체인 이슬람국가(IS),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이 포함돼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리스트는 또 “예측불가능한 지도자들(unpredictable leaders)”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세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예측불가능한 지도자들”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대통령 등이 꼽혔다. 그러나 여기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들어있지 않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과연 ‘검은 백조’가 될 수 있을까? ‘검은 백조’란 아주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불러오는 존재를 의미한다. ‘검은 백조’라는 말은 지난 2007년 미국 금융분석가인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가 미국 증시 대폭락과 국제 금융위기를 예측한 책 ‘검은 백조(Black Swan)’를 출간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이안 브레머는 김정은 위원장이 ‘검은 백조’가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브레머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매수시기”라며 “다음 주엔 누구도 이 문제(북한의 핵실험)에 관해 묻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을 거다. 만일 김정은이 중동에 있다면 우리 목록의 상위 자리를 차지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브레머는 핵실험보다도 더 큰 위험성은 김정은 체제의 붕괴라고 말했다. 북한의 붕괴는 동북아 정세의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회사인 ‘라덴버스 탈만 애셋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인 필 블랑카토 역시 북한문제는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그리 신경 쓸 요인이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블랑카토는 “지금 몇몇 위험요인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지만 북한은 별문제가 안 된다. 만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염두에 둔 핵실험을 했다면 큰 우려사항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이미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는 악재임에 틀림없다. 투자회사인 ‘PNC 애셋 매니지먼트 그룹’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빌 스톤은 “북한은 난데없이 튀어나온 돌출변수다. 북한 핵실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향후 보다 호전적으로 나올 경우 상황은 나빠질 것이다. 특히 한국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상승폭이 커지며 1200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00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9월 8일(장중 최고가 1208.8원) 이후 4개월 만이다.

그러나 미국 투자자들은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보다는 중국의 경기둔화를 더 걱정하고 있다. 투자회사인 ‘킹스뷰 애셋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폴 노틀은 “북한 문제는 경제문제라기보다 정치적 리스크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가 걱정을 해 온 것은 중국문제”라고 말했다.

‘컴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수석 투자 담당인 브래드 맥밀란은 “물론 북한 핵문제가 투자자들은 위축시키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누가 북한 문제에 신경을 쓰기나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기연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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