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차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선정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63) 전 국가보훈처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김 전 처장 사건은 재판부와 연고가 있는 변호사 선임을 이유로 당초 형사합의 21부에서 형사합의 23부로 재배당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전관예우 논란이 끊이지 않자 형사수석 부장판사가 김 전 처장 변호를 맡은 로펌에 직접 전화해 재재배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처장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13억8268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은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에 정보수집 전달 및 조언자 역할을 넘어 해상작전헬기 사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자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청와대, 국방부 장관, 방위사업청, 해군참모총장 등 고위급 의사결정자와의 친분을 과시했고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대형무기 구매사업에 쓰이는 국가 예산은 상당히 크며 국토방위와 안전보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업무 공정성과 신뢰가 각별히 보호돼야 한다"며 "김 전 처장은 헬기사업과 관련된 공무원에게 AW사의 입장을 전하고 알선 명목으로 금품 일부를 받는 등 사업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상작전헬기 1차 사업과 관련해 받기로 한 금액이 약 25억원에 달하고 실제 수수한 돈도 14억원에 이른다"며 "국가보훈처장을 역임한 사회 지도자적 위치에서 특히 법률을 준수하고 타의 모범이 돼야 할 사람으로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청탁 또는 알선행위를 인정할 증거는 없지만 이미 헬기사업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돼 형을 경감할 중요한 요소로 고려할 수 없다"며 "고문료 및 성공보수 전부가 알선행위의 성질을 갖는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전 처장이 받은 돈은 AW사에 정보 제공 및 조언을 한 대가도 일부 있다"며 "아무런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처장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13억7200여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대형 무기사업에 편승해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며 "불법으로 챙긴 거액은 무기대금에 반영돼 결국 국민 혈세를 가로채는 일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처장 측 변호인은 "정상적인 고문료"라며 "공직 생활을 오래한 김 전 처장이 퇴직 후 로비를 대가로 돈을 달라고 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박해왔다.
김 전 처장은 재판부에 보석과 특가법 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해 11월25일 모두 기각했다.
김 전 처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와일드캣이 해상작전헬기 기종으로 선정되기 위해 군 고위 관계자 등에게 로비하는 대가로 영국·이탈리아 합작 방산업체 아구스타웨스트랜드로부터 14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영국·이탈리아 합작 방산 업체인 아구스타웨스트랜드는 와일드캣을 제작한 회사다. 조사 결과 김 전 처장은 국가보훈처장직을 떠난 뒤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무기 수출과 관련한 고문 계약을 맺고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