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글램록의 선구자이자 20세기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고 데이비드 보위(69)가 음악 사업의 판도를 바꾸는데에도 중대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재평가 받고 잇다.
1967년 데뷔한 데이비드 보위는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과 패션, 연기 등을 통해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그의 혁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보위는 저작권이나 특허 등 비전통 자산에 기반을 둔 '에소테릭(Esoteric·소수만 이해한다는 뜻) 채권'을 최초로 발행한 인물이기도 하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8개월간 암 투병 끝에 11일(현지시간) 사망한 데이비드 보위는 1997년에만 5500만달러(약 664억5100만원)에 달하는 15년 만기 '보위 채권'을 발행했다.
그의 히트곡인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와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 등에 기반을 두고 음반 판매 로열티를 담보로 발행한 '보위 채권'은 당시에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A3로 평가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GM과 같은 등급이다.
'보위 채권'의 신용등급은 인터넷 불법복제로 음악업계가 고전하면서 2004년 정크본드(투기등급 부실채권)보다 한 단계 위인 Baa3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보위 채권'은 당시 음악산업에 파격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영국 트웬티포 자산운용의 롭 포드 자산관리자는 "보위 채권은 그의 음악과 같이 획기적이었다"라며 "수많은 예술가가 그의 행보를 따랐을 뿐만 아니라 전혀 새로운 자산투자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임스 브라운과 로드 스튜어트, 아이언 메이든, 밥 딜런 등 최고의 예술가들이 보위를 이어 줄지어 '에소테릭 채권'을 발행했다.
보위의 금융증권화 과정을 주선한 데이비드 풀만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데이비드 보위는 사람들이 예술과 상업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라고 말했다.
한편 '보위 채권'으로 시작된 '에소테릭 채권' 시장은 음악업계를 넘어 영화와 만화, 제약특허, 가맹점 영업권 등 각종 지적 자산에 적용되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발행된 에소테릭 채권은 400억달러(약 48조3920억원)에 달하며, 2016년에는 450억달러(약 54조441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자산을 담보로 발행된 채권의 21%를 차지할 정도의 수치다.
하지만 에소테릭 채권은 전체 채권시장에서는 매우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보위의 인기에 힘입은 '보위 채권' 수준의 자산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