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기름 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바햐흐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물론 미국과 러시아 등 비OPEC 회원국에서도 원유 감산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석유회사들은 곳곳에서 파산위기에 몰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29.97달러까지 내려앉았다.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지난해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12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CNN방송과 BBC방송 등 외신들이 전하는 유가 하락의 배경과 그로 인한 파장을 정리한다.
◇ 정유회사들 파산 직면… 긴급 구조조정 돌입
미국 울프 연구소(Wolfe Research)는 2017년 중반까지 미국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회사 3분의 1이 파산 및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국적 로펌 헤인즈 앤 분(Haynes&Boone)에 따르면 30개 이상의 소규모 석유회사들이 총 13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들은 이미 파산 보호 신청을 제출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에너지 회사들의 경영위기가 지난 1986년 오일파동 때보다 더 나쁘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중반 정유회사들은 지금과는 정반대인 기름 값 급등으로 고통을 겪었다. 당시 전체의 25%에 해당하는 정유회사가 도산했다.
영국 석유회사 BP는 앞으로 2년간 4000명 줄이는 구조조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BP는 12일 성명을 통해 “2017년 말까지 석유 탐사와 생산부문 직원 수를 현재 2만4000명에서 2만 명 정도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BP의 감원규모는 전체인력 8만4500명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 분열된 OPEC
엠마뉴엘 카치큐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12일 감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올 6월로 예정된 OPEC 정례회의를 앞당길 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카치큐 장관의 발언 직후 유가는 잠깐 동안 상승세를 보였다. 나이지리아는 OPEC 회원국들 중 감산을 주장해온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치큐 장관의 발언 직후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정부 관계자는 OPEC의 감산 합의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와 UAE 등 OPEC 회원들 간 이런 공방은 OPEC 내부의 깊은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OPEC 회원국들이 완전히 분열돼 있어 원유 감산 합의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 갈 때까지 가보자는 미국 정유회사들
미국의 정유회사들은 지난해 10월 하루 평균 935만 배럴을 생산했다. 지난해 4월 하루 970만 배럴씩 생산하던 것에 비해 크게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다. 공급과잉 상황에서는 미국의 정유회사들이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 준비운동하고 있는 이란
올해부터 서방의 경제제재가 풀리는 이란 역시 원유가의 추가하락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이란은 이달 초 혹은 2월에는 국제시장에 원유를 내놓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과연 얼마나 많은 원유를 시장에 내놓을 것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원유시장이 과잉공급 상태라고 해서 이란이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 달러 강세도 일조
대부분 원유 결제는 달러로 이루어진다. 달러 값이 비싸지면 그만큼 원유 값도 오르는 것이다. 모건스탠리가 배럴당 원유 값이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점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달러 강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