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한수영연맹 비리 수사가 수영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간 검찰은 경영(기록으로 순위를 매기는 종목) 국가대표 선수 선발과 감독 선임 과정에서 벌어진 '검은 거래'를 집중 추적했다
검찰은 그러나 수영연맹 비리가 이 종목과 관련된 일부 임직원의 개인적 일탈을 넘어선 구조적 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유사한 부정이 수구와 다이빙·싱크로 등 다른 종목에서도 발생했는지 남은 수사에서 밝혀낼 계획이다.
1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석우)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구속기소한 대한수영연맹 전 전무 정모씨의 여죄를 보강 수사 중이다.
수사 핵심은 정씨가 수영연맹 전 총무이사 박씨 등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 규명이다.
정씨는 본인 생활비와 선수 훈련비 등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탁이나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았더라도 관행적으로 돈이 상납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은 정씨에게 돈을 상납한 수영계 인사들의 자금 출처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특히 박씨가 정씨에게 건넨 돈이 2억3000만원에 달하는 점에 주목, 이 자금이 부정한 대가로 받은 '뒷돈'이었는지 밝혀낼 예정이다.
검찰은 정씨 외에 다른 수영계 인사들의 비리 의혹 역시 수사 중이다. 정씨에게 추가로 돈을 건넸을 가능성과 이와 별개로 학부모 등에게 돈을 요구한 다른 인사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과 수영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서 한 번씩 점검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당장 주목하는 분야는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이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수영연맹 전 이사 김모(45·여)씨를 수사해 기소했으나 당시 학부모들 사이엔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수영연맹과 관련된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수영계에서는 김씨가 이끌던 클럽이 허위로 코치를 등재해 연맹으로부터 월급을 받았고, 이 돈이 정씨에게 흘러갔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경영 종목 관계자들로부터 상납 형식으로 돈을 받아온 정씨가 김씨를 내세워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종목에서도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수영연맹이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은 선수복 비용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한체육회가 수영 4개 종목 국가대표 등 선수 100여명의 선수복 구입을 위해 지급한 지원금을 연맹이 값싼 선수복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정씨를 포함한 수영연맹 임원들의 고급 자동차 소유, 잦은 해외여행 등을 이유로 조직 전반에 비리가 만연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이날 기소된 박씨가 정씨에게 고급 승용차를 제공하고 매달 사설 클럽의 수익금을 상납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함께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상납받은 돈이 수영연맹 윗선이나 체육계 다른 인사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수영연맹 이사였던 정씨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통해 선수 및 감독 선발을 요구한 사례가 적발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정 전무 외에 다른 인사들 수사에서 상납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며 "범죄가 확인되면 수사를 하는 게 검찰 임무"라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선 그러나 이 수사가 수영계를 넘어 체육계로 전반 비리를 캐는 쪽으로 불똥이 튀지는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검찰 상황과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한 분석이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4·13 총선 후 본격적으로 사정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내부 기류가 있는데 수영연맹 비리만을 무한정 수사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현재 수사 국면은 전체로 봤을 때 초반과 중반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