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일 "다른 분, 다른 정파나 정당에 힘을 실어준다는 계획은 없다"며 향후 다른 대선주자와의 연대 방침에 선을 그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른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어떤 사람이 좀 자리를 차지하면서 남의 기회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찌감치 결정하는 게 낫겟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당적이 없는 사람이고. 어떤 당에 신세를 진적이 없고 인연이 없다"며 "개인의 자격, 전직 사무총장, 대한민국의 한 사람, 사회 원로로서 할일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의) 벽이 높고, 계산을 하는 것,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러면서 시간은 가고 (했다)"라며 "그런 경우에는 제가 능력이나 이런 한계가 있다. 이런 걸 느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그게 제가 할 수 없으면 다른 분이 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제가 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며 "제가 권력욕이 아주 강해서 평생 이걸 하겠다. 이런 적은 한번도 없다. 이제까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참 순수하게, 소박하게 제가 한번 시도를 해본 것"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면서 "완전히 인격말살을 하고, 계속 그런식으로 한다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며 "내 양심에 비춰봐도 뭐가 문제가 되냐. (저는) 제 가족이나 친족, 특히 평생을 남의 모범이 되겠다고 해서 살아온 사람이다. 이제까지 평생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불출마 결정 시점에 대해서는 "새벽에 아내와 심각하게 논의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낫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소박하게 시작해서 소박하게 끝난 것"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아무런 상의 없이 저 혼자 결정을 한 점에 대해서 미안하다"며 "그간 나를 도와준 정치권이나 학계·외교계 분들 수십명에게 전화한 것 같다. 내가 여기서까지 전화를 하고 감사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분들은 상당히 실망하고 좌절하고 어떤 분들은 불가피한 결정이니까 존경하겠다. 어떤 분들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안 된다. 재고해라 이런 분들도 있었다"면서 "재고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자신을 도운 선거 캠프 인사들과 함께 만찬을 갖고 그간의 노고를 위로했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은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