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본격수색 앞두고 '미수습자냐 진상규명이냐' 어찌 하오리

  • 등록 2017.04.17 17:13:16
  • 댓글 0
크게보기

전남 목포신항 부두에 육상거치돼있는 세월호 선체에 대한 내부수색이 임박한 가운데 미수습자 수색과 침몰 진상규명이라는 양대 과제를 둘러싼 딜레마 상황이 재연될 조짐이다.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17일 미수습자 가족들과 구체적인 수색 방법을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수습자 수색과 선체 보존을 통한 진상규명이라는 2대 목표가 맞서는 딜레마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지를 놓고 당사자들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해수부와 선체조사위가 미수습자 수색만을 우선시한다면 객실부 절단 등 선체를 일부 포기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날 현재 해수부와 선체정리업체 코리아쌀베지, 안전보건공단이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선체에 대한 '위해도·안전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미수습자 수색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선내 구조물을 절단 내지 제거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구조물 절단·제거는 수색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섣부른 구조물 절단·제거는 침몰 진상규명에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선체조사위가 기본적으로 미수습자 수색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있지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상 선체조사위의 업무에는 외부충돌설과 고의침몰설 등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선체조사도 포함돼있어서 선체 보존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선체를 절단·제거하는 과정에서 전기장치나 기계장치가 훼손되면 조타기 고장 여부 등 침몰 진상규명을 위한 증거들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선체조사위는 영상 촬영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아울러 현재의 딜레마 상황은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의 입장차, 해수부와 선체조사위의 위상·서열 문제, 수색 종료 후 선체 사후처리 방법을 둘러싼 이견 등과도 맞물리면서 일도양단의 해법을 도출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 딜레마가 초래할 수 있는 갈등은 세월호 인양과정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이달 초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있을 당시 구멍을 뚫어 해수와 기름을 배출하는 작업을 놓고 일부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위한 증거가 소실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이 과정에서 "선체조사위가 해수부의 들러리 노릇을 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해 갈등이 고조됐었다.

그렇다고 날씨가 점차 더워지고 선체의 부식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결정을 무작정 늦추기도 어렵다. 여름철 태풍과 장마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모로 해수부와 선체조사위, 미수습자 가족이 느끼는 압박감은 커질 전망이다.

해수부와 선체조사위, 미수습자 가족은 17일 오후 5시부터 비공개 협의를 갖고 이르면 18일 오전 수색방법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선체조사위, 미수습자 가족, 유가족과 상의하겠지만 잘라낸다고 해서 증거능력이 없어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미 잘라낸) 램프나 닻도 창고에 다 보관하고 있다. 절단 전과 후의 비교화면을 확보하거나 필요하면 동영상도 남겨둔다. 증거가 훼손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선내 구조물 절단·제거가 곧 증거 훼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수습자를 수색하는 작업과정에서 작업인력이 희생돼선 안 된다. 위해도와 안전도를 감안하면서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며 수색작업의 용이성을 위해 선내 구조물을 절단·제거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조타실 등은 (진상규명과 관련해) 민감하게 파악해야할 부분이 있으니 선조위 전문가들이 '이런 부분은 손대지 말라'고 할 것"이라며 "반면 객실부 등 구역은 상대적으로 집중적으로 수색하는 등 구역별로 우선순위를 달리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선체정리업체 코리아쌀베지 관계자는 "선조위에 조선 관련 전문가가 3명이나 있다"며 "우리가 (중요한 설비 등을) 절단한다면 선조위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라
Copyright @2024 Fdaily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 (138-733) 서울 송파구 신천동 11-9 한신오피스텔 1017 |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서울,가00345, 2010.10.11 | 창간 발행인 강신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지원 Copyright ⓒ 2025 FDAILY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fdaily.co.kr for more information
파이낸셜데일리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