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자동차·조선 등 국내 제조업 노동조합이 강도높은 '하투(夏鬪·여름철 노동계 연대 투쟁)'에 돌입했다. 지난해 코로나19와 올해 반도체대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산업계는 최근들어 활기를 찾고있는 수출이 타격을 입을까 노심초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2년치 임금·단체협약 교섭 마무리를 촉구하며 이날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중 노조는 이날 출근시간인 오전 8시부터 퇴근시간인 오후 5시까지 전체 조합원에게 전면파업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조가 전면파업에 나선 건 회사의 법인분할(물적분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2019년 6월 3일 이후 2년 1개월여 만이다. 노조는 그동안 보통 하루 2~4시간 가량 부분파업을 진행해 왔고, 지난 4월 말 7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도 했으나 강도 높은 전면파업은 이례적이다.
현대중 노사는 지난 2019년 5월 초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2년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2019년과 2020년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 시작 직후 회사가 추진한 물적분할 과정에서 빚어진 파업 참가자 징계, 고소고발 등으로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서 교섭이 장기간 표류했다. 올해는 3년치 임단협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은 그 어느 해보다 크다.
업계 관계자는 "7월 초부터 잇단 수주 계약을 올리며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하반기 두가지 악재를 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우선 코앞으로 다가온 노조의 전면파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1∼5일 전체 조합원 7635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76.5%의 찬성으로 안건을 가결시켰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조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되고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 파업이 가능해 진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5월27일부터 9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사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 확약과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역시 6~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갖고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30일 13차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결렬 선언 직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최장 만64세로 정년연장,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친환경차 생산 물량 국내공장 우선배치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지난달 30일 교섭에서 노조에 기본급 5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원, 2021년 특별주간연속2교대 10만 포인트(2021년 한) 등을 제시했다. 1114만원에 이르는 금액이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만 64세 정년연장 안건에 대해서는 의견차를 거의 좁히지 못했다.
지난달 1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에 돌입한 기아 노조(전국금속노조 기아지부) 역시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하고, 만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모비스 역시 현대차 노조에 속한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모비스위원회가 현대차 노조 지침에 따라 교섭결렬을 선언,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임금협상 결렬로 파업에 들어간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은 6일 회사와 임급협상에 최종 합의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2021년도 임금협상 최종안'을 놓고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노조원 전체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54%에 찬성률 83%로 가결시켰다. 지난달 21일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사상 첫 파업을 시작한 지 14일 만이다.
합의한 최종안에는 노조가 그동안 요구해온 기본인상률 등은 담기지 않았다. 당초 노조는 기본인상률 6.8%와 위험수당 현실화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기존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기준인상률 4.5% 이상으로 임금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노조는 기존 노사협의회가 확정한 4.5%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조는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국면과 대외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시장 상태를 고려해 노조가 회사 경쟁력을 위해 임금인상률 등 요구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