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 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과 관련해 불완전판매를 적용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었지만 분조위 위원들이 '계약 취소 등을 다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하나은행과 부산은행의 배상비율은 40~80%로 결정됐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 13일 대신증권, 하나은행, 부산은행이 판매한 사후정산 방식의 라임 국내펀드 손해배상 분쟁조정을 논의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분조위에서 쟁점 사항에 대해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금감원은 대신증권에 대해 불완전 판매를 위주로 안건을 상정했으나 재판 결과를 놓고 분조위 위원들이 사기나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불완전판매 적용 여부 등과 관련해 재차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시 분조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불완전판매 적용에 따른 전액 배상에 준하는 배상비율, 계약 취소 적용에 따른 전액 배상 등과 관련해 분조위 위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등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쟁점은 사기적 부정거래로 계약 취소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반포WM센터에서 라임 펀드 2000억원가량을 판매했다. 대신증권의 라임 펀드 판매 관련 주요 인물인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금융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벌금 2억원이 추가됐다.
전날 대신증권 분조위에서는 오익근 대표이사, 투자자와 법률대리인 등이 참석했으며 회의에 상당 시간이 소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관계에 대해 쟁점이 있어 이를 다시 논의해서 결정하자는 취지"라며 "다시 불완전판매로 상정할지 알 수 없으나 빠른 시일 내로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신증권 라임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금융감독원장의 공석 상태로 인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보여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법원의 1심과 2심의 명확한 유죄 판결을 준용해 신속히 사기 계약 취소 판정을 내리기를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금감원 분조위는 펀드 판매사로 투자자보호 노력을 소홀히 해 고액·다수의 피해를 발생시킨 책임의 정도를 감안해 하나은행 55%, 부산은행 50%의 기본배상비율을 적용, 투자자별 배상비율을 각각 65%, 61%로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라임 NEW 플루토 펀드 등의 미상환 잔액이 328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산은행은 라임 Top2 펀드 등의 291억원이 미상환됐다. 하나은행과 부산은행의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각각 24건, 31건이다.
금감원은 나머지 투자피해자에 대해서도 이번 분조위의 배상기준에 따라 40~80%(법인 30~80%)의 배상비율로 조속히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환매연기로 미상환된 619억원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될 전망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하나은행과 부산은행이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해 적합성원칙을 위반했고 플루토-FI D-1 펀드 등 주요 투자대상자산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안전성만 강조해 설명의무를 어겼다고 봤다.
특히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투자자보호 노력 소홀 등으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손해배상비율은 판매직원의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기본비율 30%에 더해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 등을 고려해 판매사별로 하나은행(25%포인트), 부산은행(20%포인트)을 공통 가산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기존 라임펀드의 경우 판매사별로 20~30%포인트를 가산해왔다. KB증권 30%포인트, 우리·신한은행 25%포인트, 기업은행 20%포인트 등이다.
이어 판매사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한다. 고령투자자, 계약서류 부실 등이 있다면 가산되고 법인투자자이거나 투자경험이 있으면 차감되는 방식이다.
신청인과 판매사인 양 당사자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이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