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탈 쓴 장벽'…철강·車산업 EU탄소국경제 '영향권'

  • 등록 2021.07.16 11: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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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국내 철강·자동차산업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16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유럽그린딜'의 핵심 12개 법안 패키지를 담은 '피트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55%로 줄이기 위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국경세) 초안이다.

EU는 이를 통해 연간 100억유로(약 13조50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거둬들여 유럽기업을 보호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용한 막대한 재정지출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천사의 탈을 쓴 무역장벽'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 역시 법안이 시행되면 매년 1조원에 이르는 청구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2025년까지 과도기를 둔 후 2026년부터 세금을 단계적으로 확대, 최종적으로 연간 100억 유로를 거둬들인다.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전기제품 등 탄소배출 위험이 큰 품목들이 첫 부과 대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철·철강 품목의 대(對)유럽 수출액은 15억2300만달러(약 1조7400억원·221만3680t)로 집계됐다. 2018년(24억8500만 달러·294만6121t), 2019년(21억2400만 달러·278만3801t)에 이어 수출 규모는 지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EU가 이산화탄소 1t당 30유로를 과세했을 경우 국내 기업은 약 1.9%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같은 수준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전경련 역시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 알루미늄 등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향후 품목이 확대될 경우 제조업 전반의 수출 환경 악화도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국제무역규범의 원칙을 해치지 않도록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중국 등 관련국과의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철강업계의 타격이 우려하는 만큼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박현욱 연구원은 "EU의 탄소 국경세 도입은 분명 도전적인 이슈이지만 우려하는 만큼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또 "EU의 탄소 국경세 도입은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탈탄소 투자와 더불어 전세계 철강가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탈탄소 이슈로 글로벌 증설은 제한적이나 수요는 연평균 2~3%씩 성장해 장기적으로 철강산업의 가격 협상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EU는 철강 역외 수출 2300만t, 수입 3300만t으로 순수입은 1000만t에 불과해 철강 총량 관점에서는 자급자족에 가깝다"며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유럽향 철강수출은 전체 수출량의 13%, 생산량의 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테인레스와 합금강 등 일부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한국의 대형 철강업체들의 경우 EU향 비중이 전체 판매의 5% 내외로 추정돼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U의 '피트 포 55'에는 운수부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의 EU내 신차 판매를 2035년부터 사실상 금지한다는 제안이 포함됐다. EU 전체 차원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조치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의 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이 분명해지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 EU 환경규제를 정면돌파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2040년까지 미국·유럽·중국 등 핵심시장에서 전면 전동화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전기차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EU의 이번 발표로 전동화 일정을 더 앞당길 전망이다. 기아는 2030년까지 선진시장에서 전동화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에서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선보이고, 이를 통해 전기차 100만대를 판매 세계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 시리즈', 기아의 'EV' 시리즈가 유럽 공략을 위한 핵심 모델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친환경차 판매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 친환경차 판매량은 8만346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3914대에 비해 146.1% 급증했다. 기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6.9% 성장한 6만8228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르노삼성차는 유럽 탄소 배출 규제를 고려해 XM3 하이브리드 모델을 수출하고 있다. 영국에서 '렉스턴'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쌍용차의 경우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다음달 유럽에 출시할 예정이다.

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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