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여전하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구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이 중저가 아파트 매매에 나서면서 가격도 계속 상승 중이다.
이런 와중에 기존 전월세 시장에 머물러 있던 임차인들이 매매시장으로 조금씩 유입되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자 '차라리 집을 사자'며 매매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에 더해 수도권 공공주택 사전청약 대기자들도 청약 경쟁률이 너무 높을 경우 본청약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기존 주택 매매시장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9년 3개월만 최고 상승률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이나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9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2일 기준)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37% 오르면서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은 노원·도봉·관악 등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이 상승세를 견인했고, 경기·인천권에서는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원은 "여름 휴가철,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거래활동은 소폭 감소했지만,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과 정비사업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서울의 시세 6억원 이하 아파트 3채 중 한 채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6억원 이하 아파트의 3분의 1 가량이 시세가 올라 해당 가격대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시세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올해 1월 초 25만9785가구였는데 6월 말 17만6186가구로 3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는 것은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해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원을 넘은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매물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6억원에서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대출규제가 덜하기 때문"이라며 "외곽 지역에서 그나마 가격이 덜 오른 곳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중저가 지역에서의 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세에서 매매로'…사전청약 대기자도 매매 나설 가능성↑
수도권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차라리 집을 사자'며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매 거래량이 지난해보다는 낮지만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서울에서 가격 부담을 느끼는 분들은 빌라거래로 돌린다든지, 경기도 내에서도 덜 오른 지역에서 주택매매를 하려는 경향이 나타면서 경기도 외곽 지역들에서도 최고가 경신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지난해 1년간 전세가격보다 올해 상반기 전세가격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입주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집을 구입하려고 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전청약 대기 수요자들도 변수다. 사전청약은 말 그대로 본청약 이전에 미리 청약을 신청하는 것으로 본청약 일정과 입주 시기는 불투명하다.
청약 경쟁률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은 사업 일정이 불확실한 사전청약보다는 기존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청약 경쟁률이 고공 행진 중인데 청약에서 경쟁력을 갖춘 분들이 아니라면 높은 경쟁률을 뛰어넘기 힘들다"며 "계속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기존 주택시장에서 물건을 찾게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청약은 일정 부분 청약 대기수요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 분들은 장기간 전월세 시장에 머물러야 하는 만큼 올해가 지나고 나면 자신이 청약 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매매시장으로 이탈하는 수요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