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도입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시행일 이전에 매수자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했더라도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항소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3부(부장판사 주채광·석준협·권양희)는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한 A씨 등이 임차인 B씨 등을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B씨는 강남의 한 아파트를 지난 2019년 4월15일부터 2년 동안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30만원에 임차하는 계약을 집주인 C씨와 체결했다. B씨가 임차한 아파트에는 B씨의 부모가 거주했다.
그러던 중 A씨 부부는 지난해 7월5일 B씨의 계약기간(2021년 4월14일) 후 직접 거주하기 위한 목적으로 C씨와 13억5000만원에 매수 계약을 체결, 계약금 1억3000만원을 지급했다. 이어 A씨 부부는 같은해 10월30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문제는 A씨 부부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한 시점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시점 사이인 지난해 7월31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도입한 개정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발생했다.
개정 임대차법 제6조3의 1항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기간 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한다.
다만 해당 조항에서 8호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와 9호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예외 조항을 뒀다.
B씨는 지난해 10월5일 임대차계약 2년 연장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C씨는 거절하는 답신을 했다. 이후 C씨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 이후인 지난해 10월15일 내용증명우편을 통해 임대차기간 갱신거절 통지를 했다.
B씨는 계약갱신을 계속해서 요구했고, 결국 A씨 부부는 C씨의 계약갱신요구 거절은 개정 임대차법 제6조3의 1항 9호에 따라 정당하다며 B씨의 임대차기간이 종료되는 2021년 4월14일 이후 아파트를 인도하라고 이 사건 소송을 냈다.
반면 B씨는 C씨의 계약갱신요구 거절은 예외 조항에 해당하지 않아 효력이 없다며 임대차계약이 개정 임대차법에 따라 연장된 것이라고 맞섰다.
1심은 "C씨가 '개정 임대차법 시행 전 실제 거주를 할 예정인 A씨 부부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매도했다'는 것을 이유로 한 계약갱신요구 거절은 9호 '그 밖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실제 거주 목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한 A씨 부부로서는 그 이후 개정 임대차법이 도입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소유권이전등기가 안 됐더라도 계약 갱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2심은 "임대차 계약은 피고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인해 적법하게 갱신됐다고 할 것"이라며 "원고들은 자신들의 실거주를 이유로 피고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대인이 임차주택을 매도했고 매수인이 실거주 의사가 있다는 경우를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거절 사유를 해석론을 통해 새로 추가하는 경우가 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한정적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법원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를 법 해석을 통해 새롭게 추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입법 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의 주도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달성하려는 것"이라며 "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바로 그 효과가 발생하는 형성권"이라고 판시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법률관계를 변동시킬 수 있는 권리이며 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했을 때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대차 계약 종료를 이유로 건물을 반환하라는 A씨 청구는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