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정부가 고갈 위기에 놓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화를 위해 내년 7월부터 고용보험료를 1.8%로 전격 인상한다. 한시사업 종료 등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에도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 4월부터 노사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고용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다.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낸 보험료로 조성한 것으로 실업급여 및 모성보호급여 지급, 고용안정 지원, 직업능력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고용유지, 취약계층 취업지원, 구직급여 등의 지출이 대폭 확대되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말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나라빚'인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 7조9000억원을 제외하면 올해 적립금은 3조2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고용부는 우선 고용보험기금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 약 2조6000억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특별고용촉진장려금 등 6개 한시 사업을 조정해 약 1조원을 감축하고, 고용유지지원금 등 코로나19로 지출이 급증한 사업도 조정해 약 1조6000억원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고용보험기금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은 일반회계(정부재정)로 계속 이관하고, 현재 입법예고 중인 구직급여 반복수급 제도개선 등도 서둘러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재정 건전화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입 확충의 일환인 고용보험료율 인상이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험료율 인상은 수준과 시기를 놓고 고용보험위원회에서 많은 논의를 벌인 끝에 기금 재정상황,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 기대 등을 고려해 내년 7월1일부터 0.2%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 고용보험료율은 1.6%로 근로자와 사업주가 0.8%씩 부담하고 있다.
이를 1.8%로 0.2%포인트 올려 노사가 각각 0.9%씩 분담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월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경우 고용보험료는 월 2만4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내년 7월부터 고용보험료율이 인상되면 2019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박 차관은 보험료율 인상 시기를 내년 7월으로 정한 데 대해서는 "현재 지속되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회복되는 시점으로 시기를 늦추는 게 좋겠다고 노사와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율 인상으로 국민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차기 정부에 그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로 막대한 지출 소요가 발생함에 따라 현재의 재정 상황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며 "이를 배경으로 이번 기회에 불가피하게 보험료율 인상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고용보험료율 인상과 더불어 일반회계 전입금 1조3000억원, 공자기금 차입금 1조3000억원 등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해 내년 약 3조원의 추가 수입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재정 건전화 방안을 통해 내년부터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가 개선되고, 2025년 적립금은 약 8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단계적으로 차입금 상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차관은 "이번 재정 건전화 방안은 정부는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노사는 보험료를 부담하는 등 노사정이 어려워진 재정 상황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집중 논의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