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그룹 최태원(53) 회장 형제에 대한 상고심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펀드 출자금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최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최 회장과 함께 기소된 동생 최재원(50) 수석부회장에게 징역 3년6월, 김준홍(48)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 선고한 원심도 확정됐다.
재판부는 "갑작스럽게 펀드 출자를 결정했고, 펀드가 결성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자금이 선지급됐다"며 "(공범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위탁할 (개인적인) 투자가 아니었다면 선지급을 허락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고, 송금된 자금을 최 회장 형제가 나중에 대출받아 메꾼 점 등을 종합하면 횡령 범행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선고 직전 해외도피 중인 김 전 고문이 국내로 송환됐는데도 그를 증인신문 하지 않은 것은 심리를 다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부의 재량권"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불러 최 회장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김 전 대표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평가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항소심 재판부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한 판결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최 부회장과 김 전 대표와 공모해 2008년 10~11월 SK텔레콤 등 계열사로부터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 출자금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최 부회장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공모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들 형제는 1심부터 항소심까지 수 차례 진술을 번복한 끝에 이 사건의 핵심 공범으로 지목된 김 전 고문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증인신문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김 전 고문은 해외로 도피해 잠적한 상태였는데 공교롭게도 최 회장 형제에 대한 항소심 판결 직전 대만에서 체포, 국내로 강제송환되면서 기획입국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국내 송환 이후 최 회장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고문은 1심에서 횡령 범행에 대한 공모 사실이 인정돼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