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의 외국인 카지노 사업을 승인하면서 관광수익 증가와 외자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 속에 드리워진 우려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투기성 자본의 유입과 국내 카지노 시장의 교란 가능성이 먼저 제기되는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내국인의 카지노 입장 허가 여부를 놓고 정부가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번 사업승인 과정을 살펴보면 정부가 사실상 앞장 서서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 장애물을 치워준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가 한푼이라도 더 벌 수 있는 사업을 찾기 위해 외국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지적이다.
LOCZ코리아가 국내 카지노 산업에 발을 들여놓을 것을 계기로 제2, 제3의 LOCZ코리아가 국내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포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먼저 제기된다.
현재 제주도에 8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지만 최근까지 적자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현재 신화역사공원, 버자야리조트, 분마이호랜드 등 중국 자본을 중심으로 한 6개의 신규 카지노 복합리조트 투자 계획이 8조6400억원대의 규모로 예정돼 있다.
제주도 복합리조트 투자 예상 금액이 영종도의 2배가 넘는 상황에서 영종도 추가 허가는 기존에 존재하던 제주도 내 8개의 외국인 전용카지노 및 제주도 신규 IR 카지노의 사업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제기된다.
기존 제주도내 카지노 8개와 신규 복합리조트 카지노 6개(겐팅, 버자야, 녹지, 분마, 흥유) 추가 설립 시 제주도내 카지노 수만 14개에 달해 기존 카지노는 물론 신규 카지노의 사업성에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나라밖 사정도 간단치 않다.
일본의 경우 2020년 동경올림픽 개최 시점과 맞물려 총 4개소(동경, 오사카, 오키나와 외1개소)를 개장할 예정이며 각 카지노 복합리조트의 규모는 5조~10조원 규모로 계획되고 있다.
또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도 멜코 크라운, 멜코 인터내셔날(2014년 오픈 예정) 등 2개의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가세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본질은 중국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 카지노가 집중적으로 들어설 영종도를 마카오의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중국 정부가 국내 외국인 카지노 이용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해외 도박 단속 등 극약처방을 내놓는다면 토종 카지노 업계가 입을 타격이 엄청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나온다.
실제로 2008년과 2009년 중국 정부의 중국인 마카오 카지노 출입 규제 강화로 마카오의 전년대비 드롭액(카지노 고객이 현금을 카지노 칩으로 바꾸는 금액) 증감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규제가 풀리자 서울 지역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드롭액 증감액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
사업성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이라는 극약처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는 투자대비 매출 비율이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싱가포르 복합리조트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며, 투자 회수기간도 10배 이상 되므로 오픈 카지노가 아닌 이상 사업성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이른 바 '절름발이 카지노' 얘기이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싱가포르 복합리조트의 경우, 투자금액 11조원 대비 연 매출액 6조4000억원(2012년 기준) 수준을 보이며 투자 회수 기간은 5.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마카오 'Galaxy Macau'의 경우, 투자금액 2조3100억원 대비 연 매출액 42조4704억원(2012년 기준) 수준을 보이며 투자 회수 기간은 3.8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현재 영종도의 경우, 투자금액 4조2600억원(40억달러) 대비 연 매출액 약 5000억원 가정 시 투자회수 기간은 42년이나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자본들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낮은 수익성을 내세워 결국 '오픈 카지노' 허가를 외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미국 샌즈그룹 샐던 아델슨 회장이 국내 카지노 복합리조트 투자의향을 밝히면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없다"며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전제 하에서만 투자가 가능하다"고 발언한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포 컨소시엄에 대한 적합통보는 정부의 바람처럼 카지노 집적효과를 통한 관광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리포 컨소시엄을 포함하면 수도권에 5개의 카지노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급과잉은 물론 딜러 등 국내 업체들의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정부가 공모제를 시행하더라도 국내 수도권 공급과잉은 물론 일본, 블라디보스토크, 대만 등 아시아 카지노 시장의 공급과잉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