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9000억원대의 기업 비리로 구속기소된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이 본격 시작된 27일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울분을 토해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위현석) 심리로 열린 현 회장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서 현 회장이 등장하자 방청석에서 욕설과 고성이 튀어나오는 등 10여분간 소동이 일었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들이 다수 방청온 점을 고려,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하기 전 방청석을 향해 당부의 말을 했다.
재판부는 "최근 동양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방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피해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법정에서 그 원인이나 진상이 규명되길 바라고 나아가 사회에서 여러분의 피해 회복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는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
다만 "법정 내에서 심리를 방해할 만한 소란행위나 소송관계인에 대한 압박을 가해 변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나타나면 진실 규명에 어려움이 있다"며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엄정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으니 이 점 명심하고 방청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의 당부가 끝나자 현 회장은 옥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그러나 10여명의 피해자들은 현 회장이 법정에 들어서자 마자 욕설과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같은 소란행위는 10여분간 지속됐고 법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법정 경위들은 피해자들을 즉각 제지했고 법정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청했지만 피해자들은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향후 이런 사태 있을 때에는 엄정하게 감치 재판 및 제재 조치 취하도록 하겠다"며 소란을 잠재웠다.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 김경훈 부의장은 "어머니들이 감정이 격해져 이런일이 발생했다"며 "향후 피해자들을 대표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대표자를 선임해 오면 향후 심리과정을 보며 발언할 기회를 주겠다고 답했다.
오전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이 한결같이 사기 혐의를 부인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들은 현 회장에 대한 오전 재판이 끝나고 휴정에 들어가자 방청석 앞으로 모여 들어 욕설과 함께 "그렇다면 누가 사기를 쳤단 말이냐", "변호사들이 양심도 없이 변호를 하고 있다"며 소란을 일으켰다.
한편 현 회장은 이같은 소동이 발생하는 동안 방청석을 쳐다보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피고인석을 지켰다.
앞서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현 회장이 지난해 말 세번째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현 회장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등 시위를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