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文 대통령 언급한 4% 성장률, 결국 백신 보급 속도에 달렸다

KDI, 올해 성장률 3.8% 전망…작년 역성장 딛고 경기 회복
작년 코로나19 기저효과에 최근 수출 개선 폭 확대 요인
"수출 강하게 반등한 반면 내수 여전히 부진…경기 격차"
확산 가속화·백신 보급 차질 빚으면 회복세 꺾일 가능성
집단면역 조기 달성하면 민간소비 증가…3.8% 웃돌 수도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가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1.0%)했던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것이란 예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표한 4% 이상 경제성장률 달성 목표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고,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을 조기 달성할 경우 추가 성장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KDI는 13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가 올해 수출이 개선되며 3.8% 성장한 후, 내년에는 민간소비가 회복되면서 3.0%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뒷걸음쳤다.  그나마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충격이 덜한 편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작년 4분기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한국 경제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증가세로 전환한 수출은 올해 들어 개선 폭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2월 26.0% 증가율을 기록했고, 3월 16.5%, 4월 29.4% 등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5월 들어서는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80% 넘게 늘면서 기대감을 더한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를 반영한다고 해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개선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KDI는 "1분기 계절조정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1.6% 증가하며 국내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4분기 수준을 상화했으며, 기존 성장경로와의 격차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올해 GDP 성장률 목표치를 4% 이상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1분기 우리나라 성장률은 1.6%로 당초 예측의 두 배를 넘었다"며 "앞으로 매 분기 0.7~0.8%씩 전기 대비 성장을 계속하면 연 4%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KDI의 전망치를 뛰어 넘는 것으로 여기에는 지금의 수출 증가세와 백신 보급에 따른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주요국의 경기부양책과 백신 보급으로 반등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에는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4.8%), JP모건(4.6%), 골드만삭스(4.4%) 등도 올해 한국 경제가 4%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한국금융연구원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올려 4.1% 성장할 것으로 했다. 올해 4%대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다만 이 같은 뚜렷한 수출 회복세와는 달린 민간 소비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회복이 제한될 것이란 게 KDI의 예측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2일 진행된 사전 브리핑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을 했다"면서도 "부문별로는 수출이 강하게 반등한 반면, 내수는 여전히 부진해서 부문별 경기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수출 호조세가 계속되더라도 민간 소비 등 내수 경기가 정상화되는 속도가 더디다면 성장률 상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따라서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경로는 코로나19 확산과 백신 보급 속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제어되면서 낮은 단계의 방역조치가 지속되고, 백신 공급 여건이 개선되고 이른 시기에 집단면역을 달성할 경우 우리 경제는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되거나 백신 보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는 지금과 같은 회복세가 한 풀 꺾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반영해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정상화하는 시기를 앞당기거나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에도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도 내놨다.

조덕상 KDI 경제전망총괄은 "국가별 경기 회복 속도가 불균등한 가운데, 경기 회복에 따른 주요국의 정책 정상화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글로벌 경기불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견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며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KDI는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이 여타 국가로 파급될 경우, 부채 규모가 크고 경제성장세가 미약한 국가에는 경기 회복이 지체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될 경우 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회복도 지체될 수 있다고 했다.

정규철 실장은 "정부 (경제 성장률) 전망에는 정책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KDI 전망치와)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조금 더 빠르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될 수 있다면 민간소비가 조금 더 빠르게 올라가면서 3.8%보다 더 높은 숫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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