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도입···날짜만 늘리면 되나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내년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도입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하나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버리는 소비자가 많은 탓이다.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게 목표지만, 정확한 정보 전달과 소비자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유 등 유제품은 신선도가 민감해 식품안전사고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현행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토록 하기 위해 식품표시광고법 등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이미 EU,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과 동남아·아프리카 등은 소비기한을 도입하고 있다. 유통기한은 제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뜻한다. 소비기한은 일반적으로 유통기한보다 길다. 규정된 보관조건에서 소비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는 식품 생산, 6%는 음식쓰레기가 원인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하면 식품 폐기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환경보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소비기한 도입을 반기면서도 혼란 야기를 우려했다. "제조일, 도소매점 유통기한, 최종 소비기한까지 세세하게 표기해줬으면 좋겠다" "유통기한을 판매기한으로 바꾸고, 소비기한을 표기하면 더 이해하기 편할 것 같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려야 한다'는 인식을 깨우치는 게 중요하다" 등의 반응이다.

유통과정 투명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 A씨는 "소비기한 도입은 유통을 잘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일"이라며 "오픈냉장고 4도로 맞춘다고 내용물이 4도가 되는 게 아니다. 습기 차서 우유팩이 늘어나고 냉장·냉동식품 반품된거 다시 진열되기도 한다. 유통업체에 책임을 지게 하고, 소비자 보상체계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유통기한 지난 식품 판매는 불법이지만) 소비기한 도입 시 유통기한 지난 식품을 차등 할인해줬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도 있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들은 충분한 유예기간을 둬야 하며,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소비자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때 식품을 폐기 하지 않을 경우 변질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혼선으로 사고가 발생했지만, 제조사가 책임을 떠안아야 되는 경우도 많다. 소비기한 적용 시 개봉하지 않은 우유는 약 50일이 지나도 섭취 가능한데, 철저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며칠까지 먹으면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며 "소비기한 도입 시 소비자 편의성은 높아지겠지만, 기준이 애매해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캠페인 등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소비자 인식 전환이 동반돼야 쓰레기 감축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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