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력수급 위기 대응 태세 속 탈원전 정책 '설전' 지속

7월 넷째 주 전력 예비율 10%대 유지
휴가 성수기는 수급 다소 여유 생길 듯
당장 위기 넘겼지만 정책 논쟁 이어져
"탈원전이 원인" vs "정비·기상 영향 탓"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여름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전력 수급에 다소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최저 예비력 주간이 7월 넷째 주인 만큼 전력 수급 비상단계 발령 등의 위기 없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여름 전력 수급의 첫 고비를 넘기는 과정에서 원전 조기 재가동이 전력난 위기에 기여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2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력 예비율은 단 한 번도 10%대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폭염이 본격화된 7월 셋째 주 평일 예비율 추이를 보면 19일 16.8%, 20일 12.0%, 21일 12.1%, 22일 11.1%, 23일 11.1%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지만 전력수급 비상단계 발령 등의 위기는 없었다.

정부는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를 발령한다. 이런 경우는 지난 2013년 8월 이후 한 번도 없었다. 통상 발전기 고장 등 비상 상황까지 대비하려면 예비력 10GW, 예비율 10%는 넘겨야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번 주도 밤낮 없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본격적인 휴가철로 들어서면서 산업용 전력 수요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8월 중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울 원전 3호기(1000㎿급)의 임계를 허용해 재가동에 돌입하면 전력 공급은 더 보강된다.

전력 수급 위기의 첫 고비는 넘겼지만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올여름 '블랙 아웃'(광역 정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거세졌다.

앞서 산업부는 이달 초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발표 당시 7월 넷째 주를 최저 예비력 주간으로 꼽으며 최대 전력 수요 시 예비율은 상한 전망을 가정할 경우 4.2%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이에 8년 만에 전력수급 비상단계 발령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011년 9월 발생한 대정전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있었다.

 

 

원자력계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전력 비상사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정부가 탈원전 기조로 원전 신규 가동 및 재가동 승인을 지연해 예비율 전망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의 재가동에 돌입한 것을 놓고 탈원전 정책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미 사전에 공지된 계획예방정비 일정까지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란 목소리도 있었다. 정부는 원전 정비 및 가동은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며 인위적인 조정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올여름 최저 예비력이 전년 대비 낮게 전망된 이유는 산업생산 증가와 기상 영향 등이며 일부 원전이 정비 중이란 점도 강조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 최악의 경우 순환정전이 시행될 가능성도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현재 순환정전 우려는 없으며 검토한 바도 없다"고 선 그었다. 지난 5일 전력수급 비상대책기간이 시작된 이후 예비율이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예비력 상황에 따라 적기 투입할 수 있는 추가 예비 자원에 대한 준비도 완료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외에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어려울 수 있어 탈원전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전기차 수요 증가 등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데다 계절적 성수기마다 이런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전력 예비율 하락이 (정부가 언급한) 발전소 고장 정비 등에 기인한 점도 있지만, 결국 원전을 아예 배제하는 에너지 전략으로는 전력 수요 증가세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휴가철 성수기가 끝나는 8월 둘째 주에 전력 사용량 급증이 예상되는데다 9월에도 늦더위 등으로 안심할 수 없어 전력당국은 비상 대응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정부는 폭염이 닥치면 8월 둘째 주 최대 전력 수요가 94.4GW, 예비율이 5.1%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9월에 늦더위가 찾아오고, 일부 발전소가 겨울철 전력 피크 시기를 앞두고 정비에 돌입해 공급 설비 능력이 하락하는 상황이 겹치면 전력 수급이 예상외로 빠듯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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