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12년째 표류

보험硏 "사회적편익 제고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해야"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올해도 표류 중이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소비자 편익을 위해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권고한 이후 의료계의 반발로 12년째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는데, 사회적 편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1일 보험연구원의 정성희 연구위원·문혜정 연구원이 발표한 '해외 민영 건강보험의 청구전산화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실손의료보험을 갖고 있어도 진료비를 의료기관과 직접 정산한 후에 이를 보험회사에 보험금으로 청구할 수 있는 상환제(가입자 청구방식)가 시행 중이다.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간 전자적 정보교환이 되지 않아 소비자가 직접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는 보험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불하고 '의료기관-건강보험공단-보험회사' 간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하며, 건강보험공단이 중계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보험가입자가 의료 이용 후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정산하고 건강보험카드를 제시하면, 의료기관은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전자치료차트와 전자청구서를 건강보험공단에 전송한다. 보험회사는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전자청구서를 자동 전송받고, 통상 2일 이내에 공적 건강보험의 미지급 금액 일부 또는 전부를 가입자에게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영국의 경우 의료기관은 보험가입자의 진료 후 '의료기관-중간결제회사-보험회사' 간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며, 중간결제회사가 중계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 후 환자 진료정보를 전자정보전송시스템에 입력 및 전자청구서를 중간결제회사로 전송하고, 중간결제회사는 전자청구서의 유효성 테스트를 거처 보험회사에 전송한다. 보험회사는 중간결제회사로부터 받은 전자청구서를 심사한 후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직접 지급한다.

현재 국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5개가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고용진·김병욱·정청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모두 법안을 발의했으나,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6월과 7월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보험업법 개정안 심사와 관련된 향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건의 법안에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약국 등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의료비 증빙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국회는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혔다.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전산화해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들의 불편을 줄여야 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 의료기관도 행정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실손보험의 계약당사자(환자와 보험사)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자료를 보험사에 전송할 의무가 없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사의 의료 데이터 악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한다.

정 연구위원과 문 연구원은 "민영건강보험의 청구전산화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함으로써, 보험금 청구자(보험가입자·의료기관)와 보험금 지급자(보험회사) 간의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며 "국내에서는 2018년부터 보험회사가 의료기관과 ICT(정보통신기술) 사업자와의 자발적인 제휴를 통해 실손의료보험의 청구전산화 구현에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청구전산화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건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 병·의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나, 의료기관들의 참여가 저조해 청구전산화의 활용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며 "지난해 손해보험사 보험금 청구건 중에서 약 0.11%만 청구전산화로 접수됐다. 실손의료보험은 전 국민의 약 75%(2020년 3월 피보험자 기준 3864만명)가 가입하고 있고, 연간 청구건이 1억건 이상(2020년 1만626만건으로 2017년(5606만건) 대비 90% 증가함)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실손의료보험의 청구전산화는 사회적 편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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