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비리 의혹으로 전방위적인 사퇴 압력을 받아온 제프 블래터 (79·스위스)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이 3일(현지시간) 사의를 표명했다.
블래터 회장은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장 선거를 위한 임시 총회(extraodinary elective congress)를 열어 사임할 것이며,선거 전까지 회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래터 회장은 이날 “FIFA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어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축구팬이나 선수, 클럽 등 전세계 축구계의 지지까지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느꼈다”며 사임의 변을 밝혔다.
그는 "FIFA의 다음 총회는 내년 5월13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예정이지만,이것은 불필요한 지연을 부를 것"이라며 "위원회에 후임자를 가급적 이른 시일에 선출하기 위한 임시 총회를 구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래터 회장은 회견에서 도미니코 스칼라(Domenico Scala)가 주도하는 개혁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회장 연임후 FIFA개혁에 강한 의욕을 보여온 그가 돌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발표한 것은 회장 선거 종료 후에도 유럽축구연맹(UEFA)을 비롯한 세계 축구계의 사퇴 압력이 더 커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축구연맹은 특히 블래터 회장을 정조준해 기존의 유럽챔피언스컵에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대륙 국가들의 참가 허용 방안을 검토키로 하는 등 사실상 사퇴 압력의 수위를 높여 왔다.
미국도 블래터 회장을 계속 압박해 왔다. 미국 연방국세청(IRS)은 FIFA의 비리 스캔들과 관련해 추가 기소 및 체포를 예고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도 "스위스에서 FIFA 간부 몇 명을 미 법무부가 체포한 것은 불충분하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 왔다.
따라서 블래터 회장 사퇴 표명의 이면에는 선거를 앞두고 미국 사법당국에 전격 체포된 측근들의 결정적인 진술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블래터 회장은 앞서 30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 FIFA 본부에서 열린 제65회 FIFA 총회의 회장 선거에서 2차 투표를 앞두고 기권한 알리 빈 알 후세인(40·요르단) 부회장을 제치고 5연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