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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5개 로스쿨 "사법시험 폐지는 국민과의 약속"

"로스쿨, 계층이동 사다리…사법시험은 대학 교육 황폐화 불러"

강신철 기자  2015.08.31 15: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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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의 존폐 논란과 관련,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31일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시험 폐지는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예정대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오수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호사는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해 양성해야 한다"며 사법시험 폐지 주장을 펼쳤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단은 "한국형 로스쿨 도입과 사법시험 폐지는 1995년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논의한 끝에 내려진 결론"이라며 "사법시험 폐지는 국민과의 엄중한 약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원장단은 "사시존치론자들은 로스쿨의 등록금이 비싸기 때문에 사법시험이 서민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틀린 주장"이라며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1년에 1532만원이지만 등록금 총액의 약 40%는 장학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등록금은 1년에 894만원으로 의학전문대학원(1230만원)의 7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로스쿨의 장학제도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자 등 취약계층 학생 315명이 로스쿨 졸업 이후 변호사가 됐다"며 "이는 수년 동안 혼자만의 힘으로 준비해야 하는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원장단은 로스쿨의 입학 전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곱 번의 입시를 치렀지만 단 한 번도 입학전형이 불공정하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로스쿨 입학에 특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왜곡된 사실을 근거로 하는 주장이며 설사 그러한 의혹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개인의 문제이지 로스쿨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장단은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학생들이 각자의 전공을 제대로 공부하게 됐고, 이로 인해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이들이 로스쿨에 입학함으로써 법률가의 잠재적 역량도 증대됐다"며 "변호사의 출신 대학이 2.5배나 다양화됐고 지방대학 출신의 진출도 60%나 증가했다. 이는 로스쿨 제도가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원장단은 "사법시험이 존치되어 로스쿨 제도와 병행된다면 사법시험의 폐해는 재현될 것이 뻔하다"라며 "전공을 불문하고 학생들은 사법시험 준비에 매달려 대학 학부 교육은 다시 황폐하게 될 것이며, 사법시험 합격은 예전처럼 소수의 서울 소재 대형 대학 출신들이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장단은 로스쿨 문호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비율을 로스쿨 평가기준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등록금을 인하하는 방법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전형 확대와 이들에 대한 전액 장학금 지급 ▲야간 로스쿨과 온라인 로스쿨 개설 등을 제시했다.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야간 로스쿨과 온라인 로스쿨 등은 이미 외국에서도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며 "현재 연구작업이 진행 중이고, 9월15일 이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밝히는 세미나도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원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고려대, 동아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아주대, 연세대, 영남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하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중앙대, 충남대, 충북대, 한국외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등 25명이 참석했다.

반면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회장 백원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금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사시 존치를 찬성하고 있다"며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학교수회는 "특혜채용 의혹 등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이 누적되면서 사법시험이 다시 신뢰받고 재조명되고 있다"며 "로스쿨과 사법시험, 이원적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로스쿨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확립과 사회적 통합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은 "국민적 합의 없이 비정상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뒤 기형적으로 탄생한 로스쿨 제도를 맹목적으로 추종해선 안 된다"며 "최근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의 로스쿨 출신 자녀 부정취업청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로스쿨 제도는 갈수록 부와 권력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고 일반 서민과 저소득층 자녀의 법조계 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로스쿨이야말로 이제 법조계의 신(新)기득권이 됐다"며 "로스쿨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도 없이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로스쿨 교수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고시생 모임은 "국민의 75%가 사법시험 존치를 원하고 있다"며 "사법시험 폐지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7년 전의 일이며, 7년 동안의 시행 과정에서 로스쿨의 치명적인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과거의 합의는 이제 변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로스쿨의 기득권 수호에 서민들이 희생될 수는 없다"며 "로스쿨에 갈 수 없지만 법조인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사법시험은 존치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고시생 모임은 지난 27일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이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