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정부가 재판권을 갖고 있는 사건 중 미국의 요청에 의해 재판권을 포기한 현황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황병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한미 양국의 외교관계 등에 영향을 끼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주한미군에 관한 사법통계가 공개되면 북한이나 동조세력이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고 미국 측에서 비공개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간 불필요한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투명성 부족 문제는 국회의 통제나 개별 주한미군 관련 범죄사건에 대한 비판으로 해소될 수 있다"며 "이는 알 권리에 포함되는 공개청구권을 넘어 특별한 이익을 갖지 않아 비공개 처분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미 헌병의 평택 민간인 체포사건은 이미 검찰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정보가 공개돼도 재판의 심리 또는 결과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없다"며 원심과 같이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민변은 한미 SOFA 규정에 따라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이 1차 재판권을 갖고 있는 사건 중 미국 측이 재판권 포기를 요청한 현황과 그에 대한 정부의 재판권 행사 여부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또 지난 2012년 평택시에서 미 헌병들이 민간인을 불법체포한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재판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와 내용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12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상 "외교 관계에 관한 사항"이며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라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한미 SOFA 규정에 따라 이미 마련돼 있는 제도의 운영현황에 불과해 국가 간 외교관계에 관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권 포기 요청 등에 관한 정보 비공개의 규정이 없고 정보 공개로 정부 협상력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평택 민간인 체포 사건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재판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내부 의사결정 과정으로 국가 간 외교관계에 관한 정보가 아니다"며 "국가의 이익을 해치거나 정보가 공개될 경우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칠 위험은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