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의 문을 여는 국립창극단의 신작 창극 '적벽가'는 삼국지의 영웅담 뒤 스러진 망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 여성 오페라 연출가 1호로 통하는 이소영 연출의 작품이다. 그녀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인 송순섭 명창의 소리를 듣고 이 작품 연출을 택했다. 송 명창은 이 작품의 작창 및 도창도 맡는다.
지난 31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소영 연출은 "영웅담으로 가득 차 있는 적벽대전 안에 민초의 이야기를 심어서 21세기 한국화(化)를 뛰어넘어 인류애적으로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연출은 창극 '적벽가'를 통해 과장된 영웅들의 이야기 안에 수많은 희생자들을 일깨우고 그들의 원혼을 달래려고 한다. 결국은 전쟁이 얼마나 비참하게 끝나는지에 관한 메시지다. 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고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 때문이다.
"적벽가 속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불러내서 그들의 원혼을 달래고, '증언의 무대'를 꾸며 함께 울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위로가 아니라 함께 울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이소영 연출)
가장 기본적이고 절실한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음악 역시 창 본연의 세밀하고 종합적인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다.
김주현 음악감독은 "가장 완벽한 발성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 판소리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극으로 펼쳐져 나갈 때 완창 판소리의 아름다움, 깊이와 숭고함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고 말했다.
소리의 결을 한껏 돋보이게 하기 위해 국악기와 양악기, 다양한 타악기를 조화시켜 선율을 배제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영웅보다 민초에 집중하는 극답게 소리의 빈 공간을 일상의 소리로 채웠다.
"새 소리, 물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들. 절구 짓는 소리, 다듬이 방망이질 소리들을 활용했습니다. 이 소리들은 극 안에서 결코 인위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우연성을 표방하고 있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김주현 음악감독)
창극 '적벽가'에는 모두 66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송순섭 명창을 필두로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조자룡, 공명 등 '삼국지' 속 영웅들을 비롯해 '적벽가'의 핵심인 군사, 백성 등을 국립창극단원들이 모두 맡았다.
유비를 맡은 배우 허종열은 "대박 날 것을 예감하는 명품 창극"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적벽가'를 보면 세상을 더 넓고 크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길 것"이라며 추천했다.
한편 국립극장은 9월부터 침체된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공연티켓 1+1 사업'이 시행됨에 따라, 정부 시책에 동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1+1티켓'을 운영한다.
'적벽가' VIP석 또는 R석을 정가 구매한 관객은 티켓 한 장당 1매를 무료 지원 받을 수 있으며, 1인 4장까지 가능하다. 인터미션 120분(중간휴식 포함). 2만~7만원. 국립극장.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