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시작하는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총수들의 증인 출석 문제를 두고 여야가 신경전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야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을 비롯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총수들을 모두 부른다는 반면 여당은 최소화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1일 "(재벌 증인에 대해) 동일 인물을 여러 상임위에서 중복 신청했을 때 상임위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조율을 할 필요가 있다"며 "원내지도부에서 야당과 조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너무 각 상임위마다 다 불려나오는데, 어떤 날에는 한 번만 한다든지 주제가 중복되는 건 어느 상임위에서 같이 질문한다든지 그런 조율을 해야 한다"며 "성격이 유사할 때는 여야가 합의를 해서 한 쪽에서 질의를 한다든지 그런 편의는 도모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판단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문제가 있는 재벌총수는 국감장에 서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만 무차별적으로 기업의 활동을 위축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있는 사람에 한해, 문제가 있는 것에 대해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야당은 이번 국감을 '실효성 있는 재벌개혁에 대한 국감'으로 만들겠다며 벼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더이상 재벌 경제는 우리 경제의 성장과 활력을 주지 못하고 경제 침체의 선두에 서 있다"며 "이번 국감에서 재벌의 갖은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각 상임위에서 총수를 비롯한 재벌들의 핵심 당사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새누리당의 반대가 지나치다"며 "총력을 다해 이번 국감이 실효성 있는 재벌 개혁에 대한 국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야당 내 국감 증인 채택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재벌개혁특위에서 간사를 맡고 있는 김기식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현안이 있으면 다 부른다는 입장인데 저쪽(새누리)은 계속 방어하겠다는 모드"라며 "국민들의 재벌개혁 요구가 높기 때문에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양보 없는 싸움이 계속되면서 이날 일반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키로 했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는 간사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해 취소됐다.
지난달 27일 국정감사 일정을 통과시켰던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김영주 위원장은 "현재 기관증인에 대해서만 간사 간 합의가 있었고 일반 증인, 참고인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반 증인과 참고인에 대해서는 간사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며 진통이 있음을 시사했다.
야당은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롯데그룹과 관련, 신동빈 회장에 대해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에서 증인으로 신청해 놓은 상태다.
정무위 야당 의원들은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등을 불러 롯데그룹 지배구조와 관련, 순환출자 구조 등을 따질 방침이다.
기재위 야당 의원들은 면세점 독과점 문제에 관해 신 회장과 함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홍균 롯데면세점 부사장 등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산업위 야당 의원들은 롯데그룹 등 유통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동반성장 노력을 따질 계획이다. 이들은 같은 이유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국감 출석도 요청하고 있다.
환노위 야당 의원들 역시 정용진 부회장을 불러 이마트 불법파견 논란에 관해 따질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의 증인 채택을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선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의 증인 채택 가능성이 나온다.
교문위 야당 의원들의 경우, 관광진흥법과 관련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부르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대응 문제를 따지기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의 국감 출석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