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기차표 예매는 역시 하늘의 별따기였다.
2015년 추석 연휴 기차표 예매 시작일인 1일 서울역과 용산역. 이날 대합실은 현장 예매를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 8시20께 서울역 매표소 앞에는 20~80대까지 100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앉아있었다. 긴밤을 새운 이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저마다 돗자리와 신문지 위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다리가 저린 듯 자세를 조금씩 고쳐 앉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나란히 앉은 사람들 사이로 간혹 우뚝 솟아 앉아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미리 준비해온 간이의자에 올라 앉아은 이들이었다. 행인들은 신기한 듯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이동희(40)씨는 이날 오전 3시30분에 택시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양복을 입고 간이의자에 간신히 걸터 앉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씨는 "예전에 신문지를 깔고 밤을 샌 적이 있는데 무릎부터 관절이 다 아프고 다리에 쥐가 나서 혼났다"며 "일부러 오늘을 위해 3만8000원을 주고 간이의자를 사왔다. 그나마 허리만 좀 불편하고 훨씬 낫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올 초 설에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다가 못 갈 뻔했다. 인터넷으로 하는 것은 불안해서 안되겠다 싶어서 왔다"며 "화장실은 옆 사람한테 자리 좀 봐달라고 하고 다녀왔다. 물 한병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에 서울역에 자리를 잡은 연영림(35·여)씨는 방울토마토와 돗자리를 챙겨와 밤을 지샜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연씨는 "돗자리를 최대한 펼처서 자리를 확보하고 쪽잠을 잤다"며 "이제 곧 표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솟는다"고 활짝 웃었다.
대학생 박지원(25)씨는 오전 8시40분이 넘어서야 줄을 섰다. 오전 6시에 인터넷 예매를 하려다 실패하고 서울역을 찾았다.
박씨는 "클릭 한번 잘못 하는 바람에 대기가 5000명이라고 뜨길래 바로 준비를 하고 나왔다"며 "입석으로라도 표를 끊으려고 한다. 명절에는 가족들이랑 보내는 게 당연하니 이 정도 고생은 괜찮다"고 말했다.
발매 시작 시간인 오전 9시께가 되자 줄을 섰던 사람들은 역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하나둘 일어서 창구 앞에 섰다. 오래 앉아 있어 다리가 저린 듯 쩔뚝쩔뚝 걸었지만 얼굴에는 반가움이 묻어났다.
매표가 시작되자 한명 한명 종종 걸음으로 창구로 달려갔다. 표를 끊은 이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전날 오전 8시30분에 자리를 잡아 꼬박 24시간30분을 기다린 김옥곤(50)씨는 이빨을 드러내 활짝 웃으며 표를 사들고 나왔다.
김씨는 "발걸음이 너무 가볍다. 피곤하긴 하지만 기분은 최고"라며 웃었다.
밤새 자리를 잡고 줄을 섰던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돗자리와 신문지, 종이박스, 음료수병이 남았다. 역무원들은 줄을 차례로 안내하면서 틈틈이 쓰레기를 치웠다.
같은 시각 용산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박스를 돗자리 삼아 깔고 앉은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장시간 기다림에 지친 듯 신발을 벗고 맨발로 앉아 있었다.
늦게 온 사람들은 이미 장사진을 이룬 매표소 앞을 보고 허겁지겁 시간표를 들고 섰다.
줄 맨 앞에 선 성모(68·여)씨는 부산행 기차표를 끊기 위해 전날 밤 오후 7시부터 줄을 섰다.
성씨는 "줄을 선 이후 지금까지 바나나 하나 먹었다. 그래도 옆에 같이 기다리는 사람들이랑 얘기하면서 심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영은(25·여)씨는 "오늘 개강인데 다행히 오전 10시30분 수업이라 기차표 예매하고 수업 들어가려고 급하게 나왔다"며 "명절 때마다 진짜 말그대로 '전국민 수강신청'이다. 내려가면 부모님이 고생했다고 반갑게 맞아주신다"고 말했다.
오전 8시30분께 줄이 서서히 줄어들자 오는 2일 호남선 기차표 발매를 위해 미리 자리를 물색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레일은 오는 2일 호남선과 전라선, 장항선, 중앙선 등의 승차권 판매를 시작한다. 예매 후 남은 승차권은 3일 오전 10시에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