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한국프로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홈런타자의 '배트 세리머니'를 대서특필했다.
뉴욕 타임스는 2일 "타자들이 홈런을 치고 배트를 과격하게 내던지는 '배트 플립(Bat Flip)'은 미국 프로야구에선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최근 한국선수들의 이같은 동작들이 유투브 등 동영상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롯데 자이언츠 3루수 황재균은 지난 7월 한 미국 동료로부터 '너, 미국에서 유명해졌다'는 문자를 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한국 최고의 과시성 배트 포즈'라고 야후스포츠는 '물럿거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배트플립이 나왔다', CBS스포츠는 '모든 배트플립의 어머니'라고 코믹하게 묘사했다.
타임스는 "홈런을 치면 황재균은 배트를 확 들어올리는 포즈를 취한다. 미국에서 배트플립은 무례하거나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이는 일종의 문화 차이다. 그런 행동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무심결에 하는 동작으로 간주된다"고 덧붙였다.
타임스는 황재균이 스윙 후 타구의 궤적을 바라보다 홈런을 확인하고 배트를 한번 멋지게 돌린 후 하늘 높이 던지는 동영상도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해진 것이 좀 신경쓰인다. 난 부정적 의미로 (배트 플립을)한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토리 헌터는 한국의 배트 플립 팬이다. 그는 "미국에선 전혀 본 적이 없는 행동이기 때문에 웃으며 즐긴다"면서 "만일 미국에서 저러면 다음 타석에 나올 때 목을 향해 볼이 날아올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에서 배트 플립은 '배트를 던진다'라는 뜻의 '빠던(빠따 던지기)'으로 불리며 팬들은 KBO 경기에서 가장 인기있는 동작들을 즐겨본다. 한국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일본과 대만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한국의 '빠던'을 유명하게 한 주인공은 '마이케이비오닷넷(MyKBO.net)' 사이트 운영자 댄 커츠(35)다. 생후 4개월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그는 2001년 연세대 외국어학당의 KBO 팬 게시판이 인연이 되어 멋진 플레이나 실수, 황당한 세리머니들을 소개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타임스는 2013년 5월15일 롯데 전준우가 홈런을 친 후 배트를 공격적으로 하늘로 던져버리는 동영상을 소개한 것이 미국에서 한국의 배트 플립을 의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군의관 아내를 따라 한국에 온 커츠는 "초기에 배트 플립을 소개하면 네티즌들이 '이 친구는 머리를 향해 95마일짜리 직구가 날아오겠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요즘엔 줄어드는 추세"라며 웃었다.
2013년 9월엔 커츠의 동영상 하나가 5개의 ESPN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최준석의 배트 플립이었다. 타임스는 "왼쪽 담장 폴대를 향해 공이 날아가자 그는 배트를 3루쪽으로 공격적으로 내던지고 만세하듯 팔을 들어올렸다. 파울이 되자 다시 배트를 되찾으러 걸어갔다"며 동영상과 함께 설명했다.
최준석은 타임스 기자에게 "그 동작이 당황스럽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냥 반사 작용에 불과하다. 일부러 의식하는 게 아니다. 내가 미국에서 경기를 했더라도 했을 거다. 자연스런 동작이라는 걸 사람들이 이해할테니까"라고 말했다.
타임스는 배트 플립을 '시원하다'는 우리 말로 소개하기도 했다. “플립을 만드는 스윙에 대해 한국 선수들은 '시원하다(shiwonhada)'라고 말한다. 영어로 번역하기가 마땅치 않지만 차들이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부드러운 골프 스윙을 할 때, 시원한 산들바람이나 속을 풀어주는 국을 먹을 때 표현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선 아주 차가운 맥주를 한 잔 들이키고 만족스럽게 내뱉는 말이라는 게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미국에서도 LA 다저스의 잭 그레인키의 배트 플립이 유명세를 탄 적이 있고 지난 여름엔 MLB의 소셜미디어 팀이 트위터에 유명 선수들의 배트 플립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 선수들과 감독들은 배트 플립을 불편하게 여긴다. 지난주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벤치코치 래리 보와는 뉴욕 메츠의 다니엘 머피의 배트 플립성 동작에 보복을 예고했다.
일부 한국 선수들은 미국 야구의 에티켓을 필요하다면 신경 쓰겠다는 입장이다. 타임스는 "미국 팀들이 탐을 내는 넥센 히어로즈의 스타 1루수 박병호(29)는 KBO의 가장 재미있는 배트 플리퍼의 하나였다. 그러나 올 시즌엔 홈런을 치고도 배트를 부드럽게 놓고 나간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넥센의 투수였던 브랜던 나이트는 "박병호가 미국에 가면 그곳 선수들이 플립을 좋아하지 않을거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었다"며 "가끔 큰 대형 홈런을 치고 플립을 한 다음에 덕아웃에 와서 나를 보며 '미안해'라고 말한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미국 에이전트와 미팅을 가진 황재균은 올 겨울 플로리다에서 오프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타임스는 "그가 영양사의 조언에 따라 김치를 덜 먹고 있다. 박병호처럼 황재균도 배트 플립 중단을 시도했지만 마음먹은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