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거래 비중은 34%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저평가 매력 부각, 원화 강세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2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은 올 초부터 지난달 30일까지 277조7000억원{(매수+매도)/2}으로 집계됐다.
이중 외국인의 매매금은 94조6000억원{(매수 97조3000억원+매도 91조8000억원)/2}으로,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0%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외국인 매매 비중 역대 최고치였던 2007년 1분기의 32.6%를 넘어선 것이다.
외국인 코스피에서의 매매 비중을 월별로 보면 지난해 10월 32.6%, 11월 33.2%, 12월 32.8%, 올해 1월 33.2%, 2월 35.1%, 3월 34.0% 등으로 6개월째 32%를 웃돌고 있다. 6개월 연속 32% 이상은 처음있는 일이다.
또 외국인이 올 1분기 동안 순매수(매수-매도)한 금액은 5조5000억원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의 순매수액이 400억원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유안타증권 김광현 연구원은 "외국인은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활발한 매매를 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증시 수급의 주도권은 외국인에게 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사자 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먼저 국내 증시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실제보다 그 가치가 낮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84배로 주요 10개국 증시와 비교해 가장 낮았다. 인도(20.73배), 미국(18.63배), 홍콩(16.31배), 일본(16.04배), 독일(14.22배), 중국(12.91배) 등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으로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3월 미 연방준비제도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글로벌 경기 회복세 등을 확인한 후 외인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
또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 증시에 투자해야 하는 외국인들 입장에서 최근 이어지는 원화 강세가 한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1118.5원로 마감, 작년 말에 비해 7.7% 하락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올 들어 신흥국 가운데 한국 주식을 가장 많이 샀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17일까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46억1133만 달러로 인도, 대만,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신흥국 8개국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 비중을 높게 가져갈 것으로 분석했다.
김광현 연구원은 "기업의 긍정적인 실적 전망 등으로 증시가 펀더멘털적으로 문제가 없고 원·달러 환율이 향후에도 점진적인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사자 기조에서 단기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KB증권 류용석 연구원은 "지난달 22일부터 외국인 매수 강도가 둔화됐는데 이는 앞서 너무 많이 샀기 때문으로 단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증시 펀더멘털, 환율 효과 등을 보면 현 비중을 하단으로 소폭 더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가 오는 6월 중국 A주의 신흥시장 지수 편입을 결정하는 것은 변수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