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정부가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해 올해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쉬었음 청년인구는 전년대비 10만명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는 청년층을 재학, 재직, 구직 등 단계별로 나눠 노동시장의 유입을 촉진하는 방안을 골자로 올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할 청년 취업대책을 발표했는데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제공에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5월 1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에 청년 취업 지원방안을 담았고 내년도 예산안엔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 예산을 확대했는데 그동안 나왔던 대책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비판이다.
또 청년 지원으로 편성된 예산의 대부분이 주택드림대출(7508억원), 청년도약계좌(3750억원) 등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유입과 청년 취업자수 증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청년 노동시장 유입에 1조원 투입…단계별 지원 강화
정부는 지난해 11월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해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약 1조원을 투입해 청년층 지원을 단계별로 세분화해 청년 취업자 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춘 대책이다.
먼저 정부는 재학중인 청년에 만춤형 고용서비스 프로그램 제공, 민간·정부·공공기관에서의 일 경험 기회 7만4000명 수준으로 확대, 구직 청년을위해 청년성장프로젝트, 경력재설계 서비스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밖에도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신설해 쉬었음 청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고용시장으로의 유입을 유도하고 가족돌봄청년 자기돌봄지 지원, 자립수당 인상 등을 추진한다는 방안 등도 함께 담겼다.
정부가 청년 고용 대책을 내놓게된 근본적인 이유는 청년 취업자수가 2022년 11월 이후 12개월째 감소세를 보였고 쉬었음 청년도 37만3000명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실패…쉬었음 청년 8.7만명 증가
약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았던 청년 취업 대책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1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투입하고도 다수의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 것이 청년 취업률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올해 8월 기준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청년 취업자수는 2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은 46만명으로 지난해 10월 대비 8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쉬었음 청년은 2013년 이후 2017년까지 20만명대 수준을 보였지만 2018년 30만명을 넘어섰고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엔 44만명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엔 40만명 중후반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구직 대신 쉬고 있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꼽을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심화로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중소기업에 들어가도 직장 이탈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매년 비슷한 대책으로 일관…올해도 쌍둥이대책 반복
정부가 매년 비슷비슷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문제다. 청년 취업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실패했던 정책을 조금 수정해 반복적으로 제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의 경우 지난 5월 발표한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에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 구축이 골자다. 교육부에서 정보를 공유해 고용노동부에서 청년 일자리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은 지난해 발표했던 단계별 지원과 큰 차이점이 없는데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 아닌 사람과 일자리 매칭을 위한 정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친다는 지적도 들린다.
금명간 발표할 2차 사회이동성 개선방안과 관련해 김범석 기재차관은 최근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중앙부처, 민간·공공부문에서의 청년인턴 수를 늘린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일 경험 기회 확대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청년 취업보다 청년 자립에 초점 맞춘 내년도 예산안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도 수박겉핥기에 그친다는 평가다. 내년에 투입되는 대부분의 청년 취업 지원 예산은 청년층의 자산형성 지원과 안정적인 미래를 대비하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청년층 전반의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운영 중인 청년도약계좌에 정부 매칭한도를 월 70만원으로 상향하는데 37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청년 주택드림대출에 7508억원을 책정했다.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해선 협업예산으로 진행하는 일경험 지원사업 확대(4만8000명→5만8000명), 미취업 졸업생 6만명 특화 취업지원 프로그램 지원 200억원, 고립·은둔청년 지원 29억원, 문화치유프로그램 58억원 등에 그친다.
228억원을 투입해 조선·물류업 등에 취업할경우 도약장려금을 준다는 계획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중후장대업종에서 청년이 일할 경우 장려금을 준다는 계획인데 청년들이 비선호하는 업종에 취업률이 늘어날 지 의문이다.
청년 고용시장 진입 늦어져…양질의 일자리 대책 시급
한국노동연구원의 '월간 노동리뷰 9월호'에 실린 '청년의 첫 직장 분석'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가 취업자 수 대비 부족해 청년의 고용시장 진입 시기도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학교를 졸업한 이후 임금근로자로 첫 일자리를 찾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5개월로 지난해 대비 1.1개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고용시장 진입을 단념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취업포털에서는 '기업에서 원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어렵게 입사한 첫 직장이지만 안정적인 생활과 미래를 담보하지 못해 퇴사를 결정했다' 등 청년 고용 현실을 반영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괜찮은 일자리가 한정된 만큼 청년들이 스스로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정부의 정책 확대 및 대기업을 비롯해 강소기업들이 청년들 채용을 늘릴 수 있는 일자리 정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종욱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취업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의 지원과 취업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정책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는 지원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둘다 추진하고 있어 새롭게 예산을 늘리거나 시도해볼만 한 대책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기업은 신입을 선호하기 보다 경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데 이 부분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과 미스매칭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기업과 연계한 교육 다변화, 공공일자리에서 일 경험을 늘릴 수 있는 방안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