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서울 서초 서리풀 지구 등 수도권 4개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총 5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공급한다.
5일 국토교통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지난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는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2만가구) ▲고양대곡 역세권(94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 이내 4개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발표 지구들은 이미 훼손돼 환경적 보전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역과 공장·창고 등이 난립해 난개발이 발생 중이거나 우려되는 지역으로 계획적·체계적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며 "수도권 집중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도심과 연계해 자족 기능을 갖춘 통합생활권을 조성해 수도권 내 분산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는 성장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서리풀 2만 가구 주택 중 55%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 주택Ⅱ'
먼저 서울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강남 생활권 '서초 서리풀지구'가 약 2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로 선정됐다.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가 대규모로 해제된 건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했던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서울 서리풀지구는 지구 인근에 신분당선(청계산입구역), GTX-C(양재역) 등 철도 접근성이 뛰어나고, 경부고속도로·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분당내곡도시고속도로 등 지역 간 이동이 편리한 곳으로 우수한 자연경관, 인접한 첨단산업과 연계해 첨단산업·주거 복합 공간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국토부는 이 지역의 토지이용 효율성을 높여 해제 면적을 최소화하고,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공주택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주택 2만가구 중 55%(1만1000가구)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 주택Ⅱ(미리 내 집)'으로 공급, 젊은 층·신혼부부 등 미래세대를 위한 주택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육아 친화적인 주거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리 내 집'은 10년 거주 후 출생아 수에 따라 거주기간 연장(+10년) 및 20년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전환(2자녀 출산 시 90%, 3자녀 출산 시 80%)이 가능한 주택을 말한다.
또 경기도에서는 개발 압력이 높고 난개발 우려가 있어 체계적 개발이 필요한 '고양대곡 역세권'과 '의왕 오전·왕곡', 군부대가 자리잡아 오랫동안 개발되지 못한 '의정부 용현' 등 3개 지구를 통틀어 총 3만가구를 선정했다.
우선 고양대곡 역세권(9000가구)은 GTX-A(2024년 말 개통 예정),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2024년 말 개통 예정)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철도교통 요충지로 개발 압력이 높고, 역 접근성과 환승 편의성 개선이 필요해 복합환승센터 건립과 주변 개발이 시급한 곳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해당 지구에 신규 택지와 함께 대곡역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하고, 역세권 중심으로 자족·업무시설을 중점 배치해 상업·문화·생활시설이 연계된 지식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어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의 경우 경수대로·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에 연접한 부지에 산업기능 유치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난개발이 우려돼 계획적 개발이 요구되는 곳이다. 해당 지구는 친수공간이 풍부해 정주환경이 우수하고, 인접한 과천지식정보타운 등과 연계한 의료·바이오 산업유치에 유리해, 신규택지 조성 시 자족 기능 확보로 수도권 남부의 새로운 직주근접 생활공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정부 용현 지구(7000가구)는 군부대로 인해 양호한 입지여건에도 불구하고 주변 도심과 단절돼 오랫동안 개발이 되지 못한 곳으로, 주변에 개발 중인 법조타운과 기존도심 등을 연계해 통합생활권 조성이 필요한 지역이다. 이번 신규택지가 조성되면 지구 내 기존 도심에 부족한 문화·체육·자족 시설 등 보완을 통해 주변 도심과의 연결이 강화돼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교통망 확충 거쳐 2031년 첫 입주 목표…내년 상반기 3만가구 추가 발표
정부는 이번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를 중심으로 광역 교통망도 확충해 지역 내 교통여건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서울 서리풀 지구는 철도(신분당선, 3·4호선, GTX-C)와 연결되는 대중 교통망을 구축하고, '신분당선 추가역 신설 검토' 등 환승체계 및 도로망 연계를 추진한다.
또 고양대곡 역세권은 펜타역세권의 이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하고, 주변지역 도로 혼잡 해소방안을 마련해 자유로·외곽순환도로·서울문산고속도로 등과 연계를 추진한다.
이어 의왕 오전왕곡은 철도(GTX-C, 동탄~인덕원선)와 연계를 강화해 추가역 신설 등 철도 이용 접근성을 제고하고, 분리된 사업지구간 연결체계 구축하고, 의정부 용현은 철도역(GTX-C, 7호선 연장선)으로의 접근성 개선을 도모하고, 주변간선도로 및 교차로 교통체계 개선으로 교통량을 분산한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지구별 개발방향은 지자체·전문가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지구지정과 지구계획을 수립할 때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구지정 전 보상조사 착수, 지구계획 수립 조기화 등 행정절차를 단축하고, 필요시 일부 원형지 공급도 추진해 2026년 상반기 지구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주택공급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올해 5만가구에 이어 2025년 상반기 중 국민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3만가구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선제적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만큼 서울,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함께 젊은 세대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우선 공급을 추진하고, 앞으로도 수요가 있는 곳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