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에서 막내였던 한국 남자스피드스케이팅 '기대주' 김준호(19·한체대)가 4년 뒤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김준호는 2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1회 전국남녀스피드스케이팅스프린트선수권대회 첫 날 1위를 달렸다.
김준호는 이날 500m 1차 레이스에서 35초92로 결승선을 통과,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1000m 1차 레이스에서 6위(1분12초87)에 머물렀지만 두 종목 합계 점수에서 72.355점으로 선두를 달렸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500m에서 함께 경합을 벌였던 단거리 '간판' 모태범(25·대한항공)을 멀찍이 따돌렸다는 점이다. 모태범은 37초31로 14위에 그쳤다.
김준호는 "오늘 성적이 잘 나와 1위에 올랐는데, 내일까지 최선을 다해서 종합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체고 시절 소치동계올림픽을 대표팀 막내로 경험한 김준호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단거리 간판 모태범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날 500m 레이스에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단순히 모태범을 한 차례 제친 것보다는 점점 좋아지고 있는 기록이 더 고무적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줄곧 디비전B(2부 리그)에 머물던 그는 올시즌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디비전A(1부 리그)로 올라오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2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5초69의 기록으로 13위에 머물렀던 그는 2차 레이스에서 35초48로 기록을 단축,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렸다.
3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5초32로 자신의 기록을 한 차례 더 끌어올린 그는 2차 레이스에서 모두 35초23까지 찍었다. 1·2차 레이스 모두 9위에 랭크되며 꾸준히 톱10의 성적을 냈다.
김준호는 나날이 성적이 좋아지는 비결에 대해 "(모)태범이형과 (이)강석이형이랑 같이 운동하면서 많이 배워 1년 안에 많이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형들이 500m에 대한 기술적인 면을 많이 알려주고 있다. 형들을 계속 따라 타다보니 코너 테크닉과 템포에 대한 감이 좋아져 기록이 잘 나온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아무도 기대 안 했던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모태범이 깜짝 스타로 등장했듯, 김준호도 평창에서 일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김준호가 충분히 스타로 떠오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준호는 이 같은 기대감에 대해 "운동 선수로 올림픽 메달은 누구나 이루고 싶은 꿈"이라면서 "주변의 기대감이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직 코너링을 더 보완해야 한다"는 김준호는 "일단 이번 시즌 월드컵 종합 1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스스로 '무대 체질'이라는 그는 "소치올림픽 때는 올림픽에 대한 분위기를 미리 익혔다"면서 "평창 때는 소치 때의 경험이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