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시작 전에 별도로 증거를 조사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본격 추진된다.
대법원은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사실심(1·2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이기수) 3차 회의를 열고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논의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본안 재판 전 독립된 증거조사 절차'를 뜻한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사건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와 서류를 서로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송 절차가 시작되기 전 소송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법원이 상대방 측에 문서제출 명령 등을 내리게 된다. 제출을 거부할 경우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해 자료 제출을 사실상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증거 수집과 조사가 보다 더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대법원은 기대하고 있다. 또 소송 당사자의 증거 수집 권한이 대폭 늘어나고, 분쟁의 빠른 해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인이 국가기관이나 의료기관, 대기업을 상대로 증거 확보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재판 과정에서의 불평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위원회는 이날 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여러 나라의 증거 조사 관련 제도를 검토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다음달 8일 열리는 4차 회의에서 건의문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위원회는 또 민사 사건 당사자가 형사 사건처럼 재판에서 최종 의견을 진술할 권리를 보장하고 형사사건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인신문 외에도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건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민사 재판에서도 형사 재판과 같이 최후 진술권이 보장된다. 또 민사 사건 당사자의 재판 진술 방식을 개선, 앞으로는 무작정 "모른다"는 답변은 인정받지 않게 된다.
형사 사건의 피해자는 증인신문 외에도 서면을 통해 자신의 양형 등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피해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