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광화문광장 분향소 추모객 행렬 이어져

  • 등록 2015.04.16 14: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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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은 짙은 향 냄새와 함께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굵은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는 추모객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부터 줄지은 조문객들은 정오가 되자 80여명으로 늘어나 대기열이 두 줄로 겹치기까지 했다. 

천막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故) 이민우 군의 아버지 이종철씨와 고 오영석 군의 아버지 오병환씨가 광장을 찾은 시민들과 두 손을 마주 잡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세월호 농성장 곳곳과 조문 행렬을 사진으로 담기도 하고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떨군 채 묵묵히 서 있기도 했다. 한 시민은 분향소 앞에 서서 말없이 연신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였다. 

희생자 사진 아래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하고 향을 피운 시민들은 한참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몇몇 조문객은 희생자 사진을 하나하나 침통한 표정으로 둘러봤다. 

조문을 마치고 광장을 벗어나기까지 어깨를 들썩이며 울던 변성화(42·여)씨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마음은 항상 와보고 싶었는데 광화문 쪽만 봐도 눈물이 나서 이기적인 마음에 오지 못했다"며 "1주기이니 헌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왔다"고 말했다. 

22개월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구현주(33·여)씨는 "1년이 지난 게 지난 것 같지가 않고 시간이 그냥 멈춰있는 느낌"이라며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조금이라도 동감하는 마음을 나누고 싶어 왔다"고 전했다. 

미국인 남편과 함께 헌화를 한 유정민(35·여)씨는 "출근 시간을 미루고 헌화를 하기 위해 왔다. 남편이 (국가가) 생존권은 지켜줘야 하는데 한국은 그걸 버렸다고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며 눈물을 훔쳤다. 

분향소 앞에 설치된 투명 유리배 안은 시민들이 각자 접어 넣은 노란 종이배로 3분의 2 이상이 찼다. 종이배를 접는 곳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서명을 받는 곳도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서명을 받고 있는 한 봉사자는 "요 며칠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서명하는 분들도 많이 늘었다"며 "특히 오늘은 더 많은 분들이 찾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숙(70·여)씨는 직접 접은 종이배를 까치발을 들어 투명 유리배 안에 밀어 넣었다. 최씨는 "1년 내내 가방에 이 노란 리본을 달고 다녔다"며 "자나가도 팽목항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울먹였다. 

끼니 조차 거르고 분향소를 찾은 직장인도 있었다. 광화문 인근에서 회사를 다니는 이혜원(30·여)씨는 "희생자들 모두 내 동생들 같다"며 "오늘 같은 날은 잘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분향소를 찾았다"고 전했다. 

광화문역과 청계천 광장 쪽까지 노란 리본을 가방과 옷에 단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광화문 광장 쪽에서 청계천 쪽으로 오는 시민들 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고 훌쩍이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러한 추모 분위기와 달리 분향소와 대로를 사이에 두고 세월호 농성장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집회도 열렸다.

오전 11시30분께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서는 보수단체 엄마부대가 '세월호 농성장 철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세월호의 아픔은 알지만 이렇게 노란 리본이 온 나라를 뒤덮는 게 정상인가"라며 "세월호 건지는 데 2000억 이상 든다는데 이게 모두 우리 젊은이들의 빚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역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오늘 같은 날 저런 기자회견을 해야하나", "보기 불편하다" 등을 소리쳐 주최 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에 있던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장으로 와 긴장감이 돌기도 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강신철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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