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 못 만난 朴대통령, 순방길도 우왕좌왕

  • 등록 2015.04.16 19: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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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 일정과 중남미 순방길은 말 그대로 우왕좌왕이었다.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항의해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현장을 떠나면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중남미 순방에 나서겠다는 박 대통령의 스텝도 완전히 꼬여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출국 시간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변경됐으며 청와대는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아 혼란을 부추겼다.

박 대통령이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기로 했다는 사실이 기자단에 알려진 것은 이날 아침께다. 청와대는 막바지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안전다짐대회와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방문 등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팽목항을 박 대통령의 행선지로 정했다.

전대미문의 참사였던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국가 수장으로서 직접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1년 전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절대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팽목항을 찾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외교적 사정 때문이라지만 공교롭게도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한 출국일과 세월호 1주기가 겹쳐 이날 꼭 출국해야 하느냐는 비판 여론도 박 대통령이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팽목항을 찾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팽목항을 행선지로 정하면서 박 대통령의 출국 시간을 오후 1시40분께로 잡았다. 팽목항으로 갔다가 광주공항을 통해 전용기편으로 출국하는 동선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박 대통령의 출국 시간은 오후 5시30분께로 약 4시간이나 연기됐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에 서울에서 행사가 하나 추가됐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고 출국 시간이 연기된 자세한 배경이나 오후 행사의 내용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간이 급히 연기되면서 오전 9시40분께 청와대 춘추관을 출발했던 기자단이 곧바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청와대가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는 사이 팽목항의 세월호 가족들이 철수한 사실이 전해지자 당초 현장에서 박 대통령이 밝히려던 메시지를 대국민담화 형식으로 청와대에서 발표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예정대로 박 대통령은 팽목항을 찾아 방파제 앞에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약속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메시지 발표 전에는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분향을 하려고 했지만 분향소가 폐쇄돼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실종자 9명의 사진을 하나하나 바라보기만 했다. 세월호 가족들이 철수하면서 이들과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았다. 당초 40분 간으로 예정돼 있던 팽목항 방문 시간도 20분으로 줄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와 15분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뒤 40분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회동을 가졌다. 청와대가 밝힌 추가된 오후 일정이 바로 김 대표와의 회동이었다는 것은 만남이 시작되기 거의 직전에야 확인됐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이뤄진 회동이어서 모종의 중대발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금품수수 의혹으로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퇴진 요구가 야당에서 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전격적인 총리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께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에서 만나자는 뜻을 김 대표에게 전달하는 등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대발표는 없었다. 대신 박 대통령은 이번 파문과 관련한 특검 도입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했으며 이 총리 거취와 관련해서는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박 대통령의 출국 시간은 오후 4시40분으로 한 차례 더 변경됐다. 결국 박 대통령은 처음 계획했던 출국 시간보다 3시간 가량 뒤인 오후 4시45분께 전용기편을 통해 첫 순방지인 콜롬비아로 향했다.
강신철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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