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구로 전락한 '전자발찌'…실효성 논란

  • 등록 2015.04.23 09:55:19
  • 댓글 0
크게보기

전자발찌 끊고 잠적 '속출'…위반 사례 매년 늘어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의 실효성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떼어내고 종적을 감추거나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전자발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들의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좀 더 강력한 제재수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과 10범의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열흘 가까이 잠적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지난 13일 오전 3시께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한 골목길에서 박모(30)씨가 자신에게 부착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

박씨는 지난 2006년 다방 여성 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훔쳐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법원으로부터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박씨는 지난 2012년 만기 출소했다.

박씨는 지난해부터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로 분류돼 보호관찰소의 관리를 받았다. 출소 후 경기도에 거주하는 박씨는 돌연 서울로 올라와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했다.

경찰은 전자발찌 신호가 수신되지 않는다는 보호관찰소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하지만 박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상태라 위치 추적이 어려운 상태다.

한편 경찰은 박씨가 서울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고려해 전국 지방경찰청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서울 노원경찰서는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정모(45)씨를 특정범죄자에 대한 보호 관찰 및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또 지난 3월에는 광주광역시에서 성폭행 혐의로 복역한 선모(48)씨가 출소한 지 하루 만에 전자발찌를 떼어내고 달아나기도 했다. 

전자발찌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실제로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규정을 위반해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경우가 2008년에는 1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 22건 ▲2011년 43건 ▲2012년 59건 ▲2013년 134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문제는 전자발찌 훼손 관련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2011년 전자발찌의 내구성을 4배 가까이 강화하고 발을 두르는 부분의 면적을 2배로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가위나 펜치로 쉽게 떼어낼 수 있고, 전자발찌를 고의로 충전하지 않아 위치추적을 할 수 없게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전자발찌를 떼어내고 잠적해버리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또 전자발찌 관리대상자는 지난 2008년 성폭력범을 시작으로 이듬해 미성년자 유괴범까지 확대됐다. 지난 2010년에는 관리대상에 살인범이 추가됐고 지난해 6월 상습강도범까지 범위가 확대 시행됐다.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보호관찰소 인력은 200여명으로 늘어났지만 범죄자들을 관찰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범무부는 관리 인력을 보강하고 2016년까지 전자발찌와 위치추적 장치를 일체형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들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전자발찌와 더불어 보호수용법 등 현행법 제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사용되는 전자발찌는 이전보다 훨씬 더 발전된 형태"라면서도 "전자발찌만으로는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들을 통제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법무부가 제출한 '보호수용법안'과 전자발찌를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며 "주간에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에서 제한적인 자유를 허용하되 야간에는 보호수용소에서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호수용법안은 형기가 종료된 흉악범을 일정기간 격리하고 사회복귀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아동·여성 등을 상대로 한 재범위험성이 매우 높은 흉악범죄자에 대해 형기 종료 직후 별도의 수용시설에서 최대 7년간 관리·감독하면서 사회복귀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당시 법무부도 "보호수용은 보호감호와 전혀 다른 제도"라며 "전자발찌 부착과 같은 사회내 처분만으로는 흉악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신철 kimm1728@hanmail.net
Copyright @2024 Fdaily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 (138-733) 서울 송파구 신천동 11-9 한신오피스텔 1017 |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서울,가00345, 2010.10.11 | 창간 발행인 강신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지원 Copyright ⓒ 2025 FDAILY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fdaily.co.kr for more information
파이낸셜데일리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