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들이 연이어 검찰에서 소환조사를 받는 것과는 달리, 자택에서 칩거 중인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 한모(50) 경남기업 전 부사장이 지나치게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한 전 부사장은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자금을 모두 관리했던 재무책임자(CFO)로서 '성완종 리스트'의 의혹을 풀어줄 핵심 측근으로 꼽히지만, 아직까지 검찰로부터 소환 일정 통보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전 부사장과 검찰간에 모종의 약속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한 전 부사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현장 전도금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32억원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이) 갖고 오라고 해서 마련해 갖다 드렸다"며 출금 내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24일 오전 10시10분께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서면서 '어디 가는 길이냐, 검찰 일정 통보받은 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사(경남기업)에 서류를 가지러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한 전 부사장은 '홍준표 경남지시와 관련 윤모 전 부사장에게 1억을 준 것 외에 다른 자금을 전달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건 관련해) 언론에 나온 것과 (사실은) 달라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전 부사장은 이날 오전 집을 나선 이후 오후 4시께까지 회사 사무실과 자택 어느 곳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또한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기업 한 관계자는 "한 전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사표를 낸 이후 한번도 연락이 오거나 한 적은 없다"며 "사무실에 남겨놓고 간 것들이 있긴 하지만 굳이 다시 가지러 올 정도의 물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 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오후 집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과 만나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한 적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건 있어요"라고 밝힌 바 있다. '성완종 리스트'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한 자금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