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 개발사업을 수행하면서 연구비 8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대학교 부교수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부교수 출신 A모(49)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국립대 교수로서 고도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신에게 별도의 연구비가 지급되지 않은 점, 이 사건으로 서울대로부터 파면돼 교수직을 상실한 점 등 만으론 범죄의 책임을 덮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연구과제 평가 점수가 높았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국가연구 개발사업 과정에서 허위로 연구원을 등록하는 등 수법으로 14억원 상당의 인건비를 받아 이중 6억8000여만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학생연구원 명의의 인건비 통장을 회수해 관리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연구원 등록자 명의의 통장을 일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허위로 연구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꾸며 73회에 걸쳐 1억5000여만원의 연구비를 받고, 이를 선수금으로 적립했다가 8100여만원 상당을 임의 사용한 혐의도 있다. A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돈을 대출금 상환과 주식투자,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4월 실시한 공공기관 연구·개발(R&D) 투자 관리 실태 감사에서 A씨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서울대에 파면을 요구했다. 서울대는 징계위원회를 거쳐 지난 2월 말 A씨에게 파면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