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남 공작조직과 연계해 북에서 마약을 제조하고 황장엽 등 반북 인물의 암살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62)씨가 "돈 때문에 범행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김동아) 심리로 열린 김씨 등 3명에 대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김씨는 "4억여원 정도 되는 사채를 갚을 길 없어 무모하게 (범행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애당초 황장엽 암살사건은 제가 능력도 없고 가진 것도 없어 그 자체가 잘 못 됐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꾼들에게 휘말렸다. 사기꾼들은 '국정원에서 자료를 제공해준다'고 속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잘못한 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다만 "무기연감이나 쌍안경 등은 일반적으로 누구나 살 수 있어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해 넘겨줬다"고 항변했다. 김씨 측 변호인도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황모(56)씨 측 변호인은 "황씨가 마약을 제조한 혐의는 인정하지만 독일인 암살과 관련 지령을 받고 암살을 모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에 간 것은 아니었다"고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북한공작원과 만나 마약거래방안 등을 논의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방모(68)씨 측 변호인은 "증거기록이 입수되지 않아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음 기일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요청했다.
김씨 등 3명은 지난 2000년 7월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냉각기 등의 제조 설비와 화학약품 원료 등을 구입해 중국과 한국에서 북한으로 밀반출하고, 밀입북해 북한의 공작조직 시설에서 필로폰 70㎏을 제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특히 김씨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중국에서 북한공작원으로부터 10회에 걸쳐 황장엽(2010년 10월10일 사망) 등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고 활동비로 약 4만 달러를 수수하고, 지난 2009년 5월부터 2011년 11월까지는 북한 공작원에게 '한국군 무기연감'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1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