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메르스에 눈총 받는 중동인

  • 등록 2015.06.18 09: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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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줄어든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정작 국내 거주 중동인은 한국인에게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체류 자격을 얻은 중동 국가 출신 외국인은 파키스탄 1만423명, 이란 1370명, 사우디아라비아 1319명, 터키 938명, 시리아 633명, 아랍에미리트(UAE) 613명, 요르단 413명, 아프가니스탄 494명, 이라크 327명, 이스라엘 286명 등 총 1만6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아직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한국인에게 이들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희대 어학당에 다니는 사우디 국적의 쟈이난(21·여)씨는 한국에 온 지 2년이 됐지만, 요즘 들어 유독 한국인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쟈이난씨는 "지하철을 친구들과 탔는데 우리가 앉은 쪽에만 텅 비었다. 우리 쪽으로는 사람들이 안 왔다"며 "며칠 전 친구 3명과 화장품 가게에 들어갔는데 어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그냥 가게를 나가버리기도 했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우리한테 왜 그러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우리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고 말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슬람 사원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평소 같았으면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의 왕래도 왕성한 곳이지만, 메르스 여파 탓인지 비교적 한적한 모습이었다. 

최근 언론매체에 소개되면서 이색 음식으로 떠오른 할랄 푸드(무슬림 음식) 식당도 한산했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인접해 있는 한 할랄식당은 4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에도 6명 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3년째 사원 앞에서 인도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파키스탄인 카미씨는 "원래는 한국 손님과 외국 손님이 (각각) 절반 정도인데 한국 사람들은 메르스 이후 거의 안 온다"며 "외국 사람들은 메르스를 무섭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미씨는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하지만, 한국인들처럼 '집 밖에도 나가지 마세요'는 아닌 것 같다"며 "친구들끼리 '마스크 쓰는 사람이 더 바이러스 걸린 것처럼 보인다'고 농담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할랄 음식점 주인 파키스탄인 쟈비드씨는 "며칠 전에 은행에 갔는데 마주앉은 은행원 표정이 안 좋았다. 나랑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나는 한국에서 산 지 17년 돼서 (메르스와) 전혀 상관이 없는데 기분이 안 좋았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쟈비드 씨는 "메르스가 뉴스에 많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 매출이 70% 이상 줄었다"며 "한국에 오기 전에 아일랜드에서 살았는데 한국 사람들이 훨씬 인종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고 꼬집었다. 

사원 바로 옆에서 할랄음식점을 운영하는 정진수(50)씨는 메르스가 퍼지기 시작한 이후 식당은 '개점휴업 상태'라고 표현했다. 점심시간을 앞둔 시간이었지만 정씨의 식당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정씨는 "매출이 3분의 1 정도 줄었다. 빨리 (이 사태가) 끝나기를 바란다"며 "그전에는 사원 앞에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안 보인다. 형편없이 줄었다"고 말했다. 

2년 전에 메르스가 발병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성지순례를 다녀왔던 정씨는 "성지순례에 외국인만 300만여 명이 방문하는 데 외국으로 퍼졌다는 얘기는 없었다"며 "그때는 (메르스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병인지 몰랐다"고 전했다. 

반면 사원 주변 한국인들은 중동인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원 앞 슈퍼마켓 주인 이영자(55·여)씨는 "이 자리에서 5년째 슈퍼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불안했던 적이 없었다"며 "(중동인들이) 차도르에 마스크까지 쓰고 오지만 그들이 우르르 슈퍼 안에 들어오면 무서운 게 사실이다. 메르스에 걸리지는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동 사람들과 메르스가 밀접한 관련 없다고 해도 한국 사람들도 관광을 안 다니는데 어쨌든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니 피하게 되는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사원 앞에서 30년째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다른 지역 약국이랑 불안한 것은 똑같지만, 워낙 여기는 중동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걱정이 되기는 한다"며 "우리 식구들은 어머니도 고령이고 하니까 약국 문 닫고 쉬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처음에는 두려움에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맞았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제는 쓰지 않는다"며 "중동 사람 중에는 기침이나 고열 증상으로 오는 사람이 없는데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걱정된다며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사원 관계자는 "열 감지기를 입구에 놓을지 얘기가 오가긴 했는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며 "여기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오래 거주한 분들이라 위험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단체로 오는 견학은 70%가 취소되는 상황이지만, 학교 쪽에서도 여기가 이슬람 사원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외부 활동을 취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더라"며 "개인이나 소규모 단위로 오는 방문객은 꾸준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 교수는 "중동 지역에서 시작됐지만, 정작 메르스 발병이 많은 곳은 한국이다. 지역성과 관련이 없는데 중동인들이 눈총을 받는 것은 그만큼 한국 사회에 인종주의적인 편견이 있다는 것이다"며 "우리는 우리가 유색인종임에도 백인우월주의를 가져 그런 오해와 편견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르스에 관해 정확히 인식하고, 우리와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신철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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