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상을 입은 피부조직이 괴사해 수차례 수술이 필요하지만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부모와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사정이 알려지면서 도움이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8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체 피부의 40% 표면에 3도 화상을 입은 A(26·여)씨는 현재 광주 북구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체 피부 표면적의 40% 이상에 화상을 입게 되면 생명이 위험해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A씨는 지난 5일 1차 피부 이식수술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2~3번의 수술과 6개월 이상의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A씨의 아버지(55)와 어머니(58)도 화상을 입고 같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 병원비만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에 달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가족의 비극은 6년째 별거중인 부모와 2달 전 서울에서 갓 취업한 A씨가 추석 명절, 10평도 채 안 되는 상하방에 모이면서 일어났다.
추석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새벽 술에 취한 아버지가 집 안에서 이불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붙인 것. 오랜 지병으로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아버지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지른 불은 자신은 물론 아내와 딸까지 덮쳤다.
고등학교 2학년인 A씨의 여동생만 불이 난 곳과 조금 더 떨어진 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어렵게 직장을 잡아 꼬박꼬박 생활비와 여동생의 학비 등을 보내며 가장 역할을 해온 A씨가 병상에 눕게 되면서 이들 가족이 1억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A씨의 여동생은 부모와 언니를 간호하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당장 생활비나 학비를 해결할 길이 막혔다.
"추석 연휴에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딸이 안쓰러워, '집 밥 한 끼'라도 먹이겠다며 "내려오라"고 고집을 부렸던 A씨의 어머니는 못난 자신과 남편을 탓할 뿐이다.
이들 가족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된 경찰이 발로 뛰며 돕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역부족이다.
광천동 주민센터에 긴급 의료지원비 300만원을 요청하고 검찰 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해 의료비와 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을 알아보고 있지만 예상 병원비에는 턱 없이 모자라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전담경찰관을 지정해 A씨 가족을 돕고 관할 구청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법무부와 광주경찰청에 조언을 구해 A씨 가족을 최대한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이 들기 시작할 때부터 부모를 대신해 집안 생계를 꾸렸던 20대 젊은 여성이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길만이라도 만들어주고 싶다"며 "부족한 의료비를 위한 모금 활동도 고민하고 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찰을 통해 A씨의 사정을 전해 들은 검찰도 "의료비와 생계비, A씨 여동생의 학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A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관할 동 주민센터와 경찰 등에는 이들을 돕고 싶다는 온정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A씨 가족에 대한 지원 문의는 광주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62-225-4752), 광주 서부경찰서 형사과(062-570-4748)로 전화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