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청와대 비자금 관리 직원이야"…금괴 매입 미끼 30억원대 사기극

  • 등록 2015.10.29 15: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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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회계사 등도 피해…리플리 증후군 女도 가담

서울 강남, 여의도, 명동 일대에서 청와대 직속 국가 비밀자금 관리기관 직원 행세를 하면서 수십억원대 사기극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 중에는 허구를 진실로 믿는 인격장애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증세가 있는 여성도 있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김모(59)씨와 또 다른 김모(64)씨, 안모(45·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이모(40)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 9명은 2012년 4월 자신을 청와대 직속 비자금 관리기관인 '창' 관리인이라고 소개하면서 4명으로부터 32억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그 해 4월 사업가 A(56)씨에게 "'창'은 창고의 약자로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국내에 두고 간 은닉재산과 역대 정권의 해외 비자금 등을 비밀리에 관리하는 조직이다. 엄청난 보물과 현금, 금괴를 관리 중"이라며 "1㎏짜리 금괴 60개를 싼값에 매입하게 해주겠다"며 32억6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다른 김씨는 김씨의 범행을 모방, '창'의 직원 행세를 하면서 올해 8~9월 일본인 3명으로부터 1700만엔(약 1억6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등 전과 37범인 김씨는 자신을 전직 대통령의 숨겨진 아들이라고 속이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풍채가 좋고 중후한 외모를 지녀 고위공무원 느낌이 나는 김씨의 거짓말에 속아 엔화를 현금으로 마련해 넘겨줬다.

안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기업 임원, 대학교수 등 4명으로부터 4억여원을 뜯었다.

안씨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연예인 등 미모의 여성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고 인터넷 채팅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 재무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러시아 석유 수입을 도와준다'거나 '몽골의 광산에 투자해야하는데 자금이 필요하다'며 고급투자정보를 주겠다고 유혹했다.

안씨와 이씨는 2013년 9월 "이씨의 황실재단, 종교재단의 자금 관리인이다"라면서 650억원을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2억90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안씨와 직접 만난적이 없으면서도 언변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단어를 이용하는 안씨에게 속아넘어가 돈을 건넸다. 피해자 중에는 안씨가 유명 기업의 국제 투자 자문 전문가라고 소개하는 것을 의심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안씨는 지방의 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수학강사로 일했으며 평범한 외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3년여 전 같은 범행을 저질러 2년6개월 동안 수감됐다가 지난해 9월 출소한 뒤 또 다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경찰은 안씨 검거 당시 집안이 쓰레기장을 연상할 만큼 더러웠던 점, 경찰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한 점 등을 보고 경찰 프로파일러에 면담을 의뢰했다. 

경찰 프로파일러는 안씨에 대해 "지나친 열등감에 기초한 전형적인 리플리 증후군 증세가 있다. 저장 강박증도 리플리 증후군의 한 증세로 보인다"는 소견을 내놨다.

경찰은 김씨와 안씨가 돈을 주고받은 정황 등을 들어 아직 잡히지 않은 이씨가 김씨와 또 다른 김씨, 안씨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013년부터 일당을 차례로 붙잡았으며 올해 3월 안씨 등을 검거해 구속했다. 또 다른 김씨와 김씨는 올해 9, 10월 차례로 검거됐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아직 잡지 못한 일당의 뒤를 쫓고 있다.
강신철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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